美주택시장 저가 매수세 '꿈틀' ‥ 1분기 주택가격 14% 하락
미국 주택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집값 하락세는 가팔라지고 있으며 압류주택이 헐값에 쏟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이 같은 부동산 경기의 얼음장 밑바닥에는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매수세도 꿈틀거리고 있어 주목된다.

미 주택 경기는 아직도 한겨울이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27일 발표한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미국 집값은 지난 1분기 중 평균 14.1% 하락했다.

1988년 이 지수가 발표되기 시작한 이래 최대 하락폭이다.

지난 3월 미 20개 주요 도시의 주택 가격은 작년 동기에 비해 14.4% 하락했다.

10대 도시의 집값 하락률은 15.3%에 달했다.

특히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주택 가격이 1년 새 무려 25.9%나 폭락한 것을 비롯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24.6% △텍사스주 피닉스 23%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이고가 각각 21.7%와 20.5%에 달하는 등 하락률 상위 5개 도시 가운데 4곳이 서부지역에 몰려 있었다.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압류주택이 시가보다 훨씬 싸게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데 비해 경기침체로 인해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이어져 내년 상반기까지는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시장 밑바닥에서는 매수세가 살아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4월 중 신규주택 판매는 52만6000채(연율 환산기준)로 전달보다 3.3% 늘어나 예상을 깨고 6개월 만에 증가세를 보였다.

물론 1년 전과 비교하면 42%나 줄어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주택 경기의 선행지표로 간주되는 4월 중 건축착공실적과 허가실적도 증가세로 돌아서 일각에선 조심스럽게 주택 경기가 바닥을 친 게 아닌가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부동산 거래도 그동안 집값 하락폭이 컸던 지역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캘리포니아 부동산중개인협회(CAR)에 따르면 30개월 연속 감소했던 캘리포니아주 주택 판매는 4월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주택 매매는 전달에 비해 29%나 증가했다.

라스베이거스 플로리다 등 주택 가격이 크게 떨어졌던 지역의 거래도 20%가량 늘었다.

시세보다 30% 안팎 싼 압류주택이 쏟아져나오면서 매수세를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주택 경기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의 공동 고안자인 칼 케이스 웰즐리대 교수는 "압류주택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나와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주택시장도 예상보다 더 빨리 회복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다"며 "앞으로 몇 달 안에 새 국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달러화 약세로 외국인의 주택 구입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는 것도 주택 경기 조기 회복론에 힘을 싣고 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2006년 4월부터 1년 동안 매매된 부동산 중 18%가 외국인에게 팔렸다.

외국인의 미국 주택 매입은 작년 이후 크게 늘고 있어 외국인이 주택 경기 추가 하락을 방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낳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