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땐 단숨에 세계 1위 … M&A 실탄 5조 마련 '부담'

중복제품 많아 기술력 시너지 효과도 '숙제'

LG전자가 최근 매물로 나온 GE의 가전사업 인수 여부를 놓고 장고에 돌입했다.

GE를 인수하면 월풀,일렉트로룩스 등을 누르고 단번에 세계 가전시장 1위로 올라설 수 있지만,부담스런 점도 적지 않아서다.

최소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인수 대금이 만만치 않은데다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는 점도 고민스런 대목이다.

◆'북미시장 평정'엔 군침

LG전자가 GE를 인수하면 전 세계 가전업체의 경연장인 북미지역에서 탄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GE가 오랜 기간 동안 북미시장에서 닦아놓은 유통망,100여년의 역사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각인된 브랜드를 손에 넣기 때문이다.

GE 가전부문의 매출은 70억달러로 세계 5위권이지만 미국에서는 20%의 시장점유율로 월풀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GE가 보유하고 있는 핵심 인력들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GE는 LG전자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대형가전 부문의 연구.개발 인력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하이얼 등 중국의 후발업체 견제를 위해 인수전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LG전자 "GE가전 입맛은 당기는데…"
◆인수대금 부족 등이 걸림돌

제품 구색과 기술력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가 날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LG전자는 이미 룸 에어컨과 드럼 세탁기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제품구색 역시 중복되는 게 많아 시너지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박강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LG전자가 GE의 가전사업을 인수하면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겠지만 수익률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M&A를 위한 '실탄'이 충분하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LG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1조원으로 GE 가전사업 부문의 예상 가격(월스트리트 저널 추정)인 50억~80억달러(5조~8조원)의 5분의 1에 못미친다.

1995년 미국 3위권 TV 제조업체인 제니스를 인수한 뒤 한동안 고생했던 경험도 '결단'을 망설이게 한다.

◆'장고(長考) 모드' 들어갈 듯

LG전자는 OEM(주문자상표부착 생산) 방식으로 GE에 세탁기 등의 제품을 납품하고 있으며 올해 초에는 생활가전 기술 상호 무상사용을 내용으로 하는 협약도 체결하는 등 GE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LG전자가 금명간 GE 인수전에 참여하겠다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적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적극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힐 경우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GE 가전부문을 인수할지 여부는 GE가 제시하는 가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김현예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