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탓에" … 경제정책 急브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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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등으로 물가 불안이 심각해지면서 정부의 성장 위주 경제 정책에 잇달아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줄기차게 고집해온 고환율 정책에 대해 방향 선회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나,요즘 들어 정부 안팎에서 금리 인하 목소리가 쏙 들어간 게 대표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현대경제연구원 등 최근 올해 경제전망을 발표한 경제연구소들도 '성장이냐 물가냐' 논란에 대해 물가쪽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정부 내 기류 변화
최근 정부 내에서도 이전보다 물가에 신경쓰는 분위기가 역력해졌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28일 "환율 정책을 운용하는 데 있어 물가 등 여러가지 상황 변화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날 대규모 달러 매도 개입은 상당부분 물가를 의식한 조치였다는 얘기다.
임종룡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지난 21일 '정부가 성장 정책만 고집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지적에 대해 "정부는 성장 물가 대외균형 등에 대해 모두 관심을 갖고 대응해 왔다"고 반박했다.
이는 정부의 기존 입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발언들이다.
그동안 정부 내에서 물가는 성장이나 경상수지에 비해 뒷전이었다.
"(경기 침체로) 직장을 잃는 게 좋으냐,(물가 상승으로) 용돈이 조금 줄어드는 것이 좋으냐"(강만수 재정부 장관)거나 "출혈(경기 침체)을 막는 게 혈압(물가) 오르는 것보다 급하다"(전광우 금융위원장)는 정부 고위 관료들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같은 정부 입장에 변화가 나타난 것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오르내릴 정도로 초강세를 지속하고 있는 데다 환율마저 강세를 보이면서 물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년8개월 만에 처음으로 4%를 넘어섰다.
◆경기부양 위한 사전 정지작업?
금리 정책에서도 정부의 기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한국은행에 금리 인하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주장을 듣기가 힘들다.
정부가 통화정책에 자꾸 개입하는 데 대한 비판론을 의식한 것도 한 이유지만 그보다는 지금처럼 물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것이 타이밍상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금리 인하를 주장해온 전문가들조차 관망세로 돌아섰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금리 인하가 맞다'고 주장했지만 지금은 고유가 등으로 물가 불안을 감안해 그런 주장을 잠시 보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기조가 성장에서 물가로 바뀐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정부가 성장보다 물가를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었다기보다 내수진작책을 쓰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 성격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최근 유가가 급등하면서 물가 불안심리가 확산된 만큼 당장 물가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론 내수부양책 등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정부가 그동안 줄기차게 고집해온 고환율 정책에 대해 방향 선회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나,요즘 들어 정부 안팎에서 금리 인하 목소리가 쏙 들어간 게 대표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현대경제연구원 등 최근 올해 경제전망을 발표한 경제연구소들도 '성장이냐 물가냐' 논란에 대해 물가쪽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정부 내 기류 변화
최근 정부 내에서도 이전보다 물가에 신경쓰는 분위기가 역력해졌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28일 "환율 정책을 운용하는 데 있어 물가 등 여러가지 상황 변화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날 대규모 달러 매도 개입은 상당부분 물가를 의식한 조치였다는 얘기다.
임종룡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지난 21일 '정부가 성장 정책만 고집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지적에 대해 "정부는 성장 물가 대외균형 등에 대해 모두 관심을 갖고 대응해 왔다"고 반박했다.
이는 정부의 기존 입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발언들이다.
그동안 정부 내에서 물가는 성장이나 경상수지에 비해 뒷전이었다.
"(경기 침체로) 직장을 잃는 게 좋으냐,(물가 상승으로) 용돈이 조금 줄어드는 것이 좋으냐"(강만수 재정부 장관)거나 "출혈(경기 침체)을 막는 게 혈압(물가) 오르는 것보다 급하다"(전광우 금융위원장)는 정부 고위 관료들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같은 정부 입장에 변화가 나타난 것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오르내릴 정도로 초강세를 지속하고 있는 데다 환율마저 강세를 보이면서 물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년8개월 만에 처음으로 4%를 넘어섰다.
◆경기부양 위한 사전 정지작업?
금리 정책에서도 정부의 기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한국은행에 금리 인하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주장을 듣기가 힘들다.
정부가 통화정책에 자꾸 개입하는 데 대한 비판론을 의식한 것도 한 이유지만 그보다는 지금처럼 물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것이 타이밍상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금리 인하를 주장해온 전문가들조차 관망세로 돌아섰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금리 인하가 맞다'고 주장했지만 지금은 고유가 등으로 물가 불안을 감안해 그런 주장을 잠시 보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기조가 성장에서 물가로 바뀐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정부가 성장보다 물가를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었다기보다 내수진작책을 쓰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 성격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최근 유가가 급등하면서 물가 불안심리가 확산된 만큼 당장 물가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론 내수부양책 등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