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투(夏鬪)를 앞두고 민주노총과 현대차노조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를 빌미로 정치 세력화에 본격 나서고 있다.이에 따라 고유가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경제가 자칫 파국으로 내몰릴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29~30일 사이 예정된 장관고시에 맞춰 미국산 쇠고기를 보관 중인 경기남부지역 냉동창고에 집결, 시중유통을 저지하겠다고 28일 밝혔다.

민주노총은 산별노조별로 용인 광주 이천 등 경기남부지역 12개 냉동창고를 담당,고시 이후 3시간 내 출하저지시위를 동시다발적으로 벌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은 다음 달 17일까지 12곳의 냉동창고 앞에서 시위를 벌이겠다며 집회신고를 냈다.

경찰은 이에 따라 대책회의를 열고 냉동창고 주변에 경찰 1개 중대씩을 배치키로 해 양측 간 물리적 충돌이 우려된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도 29일 올 임금협상을 위한 노사 간 상견례를 가진 직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저지를 위한 촛불집회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노조원 700~800여명이 울산시가지를 행진하면서 대시민 홍보전을 전개한 후 울산 북구 화봉공원에 모여 촛불집회를 갖는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울산 시민은 물론 현대차 노조 내부에서 조차 노조지도부의 촛불집회 계획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동안 금속노조의 정치파업에 들러리를 서온 노조 지도부가 또 다시 명분없는 불법집회에 동원령을 내리는데 대한 불만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고유가 철근파동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영현실을 감안할 때 지도부는 이제 정치투쟁을 멈추고 회사살리기에 앞장서야 한다는 게 노조원 대다수의 시각이다.

민주노총의 이 같은 정치적 행보는 '일부 시민단체들이 쇠고기수입 반대운동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반대운동에 일절 참여하지 않고 있는 한국노총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대학원장은 "일부 노동단체들은 겉으로는 조합원들의 복지향상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권력쟁취에만 몰두해온 측면이 크다"며 "쇠고기수입 반대투쟁을 벌이는 것은 정치적 반대자에 타격을 주고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속셈"이라고 비난했다.

박영범 한성대 교수(경제학)도 "노동계가 한ㆍ미 FTA와 연계된 쇠고기 수입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앞으로 늘어날 일자리의 싹을 스스로 잘라내는 격"이라며 "조합원들의 복지향상은 뒷전으로 한 채 사회운동쪽에만 관심을 둔다면 생산현장이 정치적으로 변질돼 글로벌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