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은 일관제철사업에서는 후발주자다.

공장 건설과 설비 도입 못지 않게 운영 노하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철강산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현대제철이 고로에서 쇳물을 뽑아 철강제품을 만들기까지 적지 않은 숙제를 풀어야 한다.

철강업계에서는 고로사업에 뛰어들어 자동차강판을 생산하기까지 적어도 20년은 걸린다는 얘기도 있다.

현대제철은 부족한 노하우는 과감하게 사들이는 전략을 택했다.

세계적 고로 기술을 보유한 티센크루프스틸과 '제철 조업기술 협력계약'을 맺고 필요한 기술을 일괄적으로 전수받기로 한 것이다.

이 계약에 따라 올해부터 매년 250여명의 현대제철 기술진이 독일 현지에서 연수를 받고 있다.

기술진이 배우고 익히는 기술에는 소결 및 코크스공정부터 고로운영,제강,연주,열연,후판 등 일관제철소에 필요한 전 과정이 포함된다.

티센크루프스틸은 현대제철이 고로 시운전에 들어가는 2009년부터 40여명의 기술자를 당진에 상주시킬 예정이다.

독일과 한국을 오가는 쌍방향 기술이전을 통해 일관제철소 운영에 필요한 숙련도를 단시간에 크게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현대제철은 현대자동차와 티센크루프스틸 등과 공동으로 '포괄적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자동차 생산과 관련한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다.

앞으로 3개 회사는 별도의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제철 및 자동차 분야 협력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 상황을 꼼꼼히 점검하게 된다.

현대제철은 자체 기술 확보를 위해 작년 3월 '현대제철 기술연구소'도 설립했다.

830억원을 들여 당진공장 A지구 8000여평 부지에 세운 기술연구소에는 현대제철 연구원뿐만 아니라 현대하이스코(냉연업체)와 현대·기아차 연구원 등 3개 회사 석·박사급 연구진 200여명이 한데 모여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 중이다.

앞으로 연구진 규모를 400명 정도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고강도 강판 기술 개발을 위한 조강생산과 열연강판 제조분야를,현대하이스코는 자동차용 고기능성 강판 기술 개발을 위한 냉연강판 제조분야를 각각 담당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고안정성 차체 개발을 위한 완성차 개발 부문을 맡는다.

기술개발 단계부터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이른바 '프로세스 단계별 연구개발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이곳에서 개발되는 기술은 2011년 본격 가동되는 일관제철소의 고기능성 자동차용 신강종 생산 및 고급 철강재 생산에 적용돼 우리나라 자동차·철강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게 된다.

효율적인 연구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제철공정 전체를 축소한 미니 공장인 파일럿 설비도 마련했다.

원자재부터 시제품을 생산하고 분석하는 과정까지 연구소에서 모두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앙 연구동 왼편에 위치한 제철시험동에서는 원자재를 가공해 용광로에서 녹여낸 뒤 붉게 달아오른 슬래브(철판을 만드는 중간 소재)를 끊임없이 뽑아낸다.

여기에서 나온 슬래브는 곧바로 압연 시험동으로 이동,시제품으로 만들어진다.

철강 연구동에서는 이렇게 만들어진 시제품을 투과전자현미경과 주사전자현미경,전자탐침미소분석기 등 첨단 장비를 통해 분석한다.

기술연구소 관계자는 "현재 연구를 진행 중인 기술들은 일관제철소 가동 즉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라며 "철강업계는 물론 전반적인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