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대기 살코기 5천300t은 다음주 유통

새로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이 고시됨에따라 지난 2003년 12월 이후 자취를 감췄던 미국산 갈비와 꼬리.내장 등이 다시 한국땅을 밟게 됐다.

29일 정부 관련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작년 10월초 검역 중단 이후 한국과 미국 창고에 쌓여있는 미국산 뼈없는 '살코기'는 이르면 다음주말께부터 시중 유통이 가능하고, 이후 4년반만에 다시 허용된 LA갈비 등이 비행기와 배를 통해 속속 도착할 전망이다.

그러나 수입업자들이 악화된 여론 때문에 판로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초기에는 우선 소규모 식당 등에 제한적으로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 장관 고시로 새 수입조건 발효

한.미 두 나라는 지난달 11~18일 협상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새 수입위생조건에 합의했다.

기존 조건이 '30개월미만, 살코기'로 수입 가능한 미국산 쇠고기의 월령과 부위를 제한했던 것과 달리, 새 수입조건은 30개월미만 소의 편도와 소장끝, 30개월 이상 소의 편도.소장끝.뇌.눈.척수.머리뼈.척주(등뼈) 등 광우병위험물질(SRM)을 빼고는 모든 월령.부위의 수입을 허용했다.

새 수입조건은 "이 고시는 고시한 날부터 시행한다"는 협상 합의문 부칙 1항에 따라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이 내용을 관보에 올리고 확정 고시하는 시점부터 법적 효력을 갖는다.

정운천 장관이 29일 고시 의뢰(관보 게재 요청)를 발표한만큼 실제 관보 게재, 즉 고시가 공포돼 발효되는 것은 주말을 빼고 2~3일 뒤인 다음주 초가 될 전망이다.

새로운 수입조건은 다음주 초 고시 시점 이후 도축, 생산되는 미국 쇠고기에 적용된다.

다만 작년 10월 검역중단 이후 용인 등 검역창고와 부산항 컨테이너야적장(CY), 미국내 롱비치항구 등에 발이 묶여 있는 1만2천t 가량의 보관 물량은 이전에 생산됐더라도 양국의 합의에 따라 새 수입조건에 맞춰 검역받을 수 있다.

◇ LA갈비 내달 하순부터 본격 수입

작년에 도착하고도 약 8개월 동안 국내 창고에 쌓여있던 미국산 쇠고기 5천300t의 주인, 즉 수입업체들은 고시 직후 검역원 중부 지원 등에 검역을 신청할 예정이다.

검역 당국은 다음주 초 고시가 이뤄질 경우, 검역 신청 접수-검역관 검사-합격증 발부-관세 납부 등의 검역 절차에 적어도 3~4일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다음주말 또는 그 다음주초(9~10일) 정도면 대기 물량 5천300t 가운데 상당 부분이 업체에 넘겨져 유통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검역원 수입정보자동화시스템(AIIS)의 무작위 표본 추출에 따라 정밀검사 대상으로 선정된 수입 건의 경우 약 2주일 뒤 항생제.세균.잔류물질.농약.다이옥신 기준치 결과까지 나와야 검역 합격 여부를 알수 있다.

또 새 정부의 조직 개편에 따라 검역원 정원이 619명에서 585명으로 줄면서 검역관 및 연구원 등 미국산 쇠고기 관련 인력도 축소된 데다 조류인플루엔자(AI) 검사 업무까지 겹쳐 미국산 쇠고기 검역에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도 있다.

다음 차례는 지난해 미국에서 한국행 수출 검역까지 마쳤으나 검역 및 선적 중단 이후 지금까지 롱비치항구 창고 등에 대기하고 있는 약 7천t. 이 물량은 고시 공포와 함께 선적 중단 조치가 풀리면 지체없이 한국으로 출발한다.

보통 15일 정도인 선박 운송 기간을 감안하면 다음달 중순께 도착하고, 역시 3~4일 뒤 유통이 가능할 전망이다.

육류수입업계는 새 수입 조건에 따라 생산된 미국산 쇠고기가 본격적으로 배편을 통해 대량 수입되는 시기를 다음달 하순께로 예상하고 있다.

다음주초, 즉 6월초 한국의 새 고시가 공포된 뒤 이를 토대로 새 검역증 서식을 만들어 하부기관까지 전파하고 생산 공정을 정비하는데 시간이 필요한만큼 6월 중순 이후에나 미국내 작업장이 한국행 쇠고기를 본격 생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수입업계 "24~25개월 고급육 수입"

부위별로는 주로 갈비(Short Rib)와 목심(Chuck Roll neck-off)이 수입될 전망이다.

수입업체 한 대표는 "초기인 만큼 논란이 될 수 있는 내장.꼬리.우족 등 부산물 수입을 최대한 줄이고 갈비와 등심(목심) 위주로 들여올 것"이라며 "우선 비행기편으로 몇 차례 수 t의 샘플용이 들어온 뒤 다음달 하순, 7월초 정도면 배에 실은 물량이 도착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수입 쇠고기의 월령과 관련, "2003년 수입 중단 이전과 마찬가지로, 수입업체들이 대부분 30개월미만, 24~25개월된 소에서 생산된 프라임.쵸이스 등 고급 등급의 구이용 고기를 수입할 것"이라며 "30개월이상 소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고급 등급이 나올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의 '30개월 미만 수입' 자율결의 소문에 대해서는 "분명히 수입 쇠고기의 거의 대부분이 30개월 미만이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거래 시스템상 '30개월이상 쇠고기를 절대 안들여오겠다'고 장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내수용이든 수출용이든 쇠고기를 등급으로 구분할 뿐 월령을 표시해 파는 것이 아닌 만큼, 30개월 이상을 골라내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수입이 재개돼도 당장은 대형 할인마트, 백화점 등으로의 공급은 엄두를 내기 힘든 상황"이라며 "도매상을 거쳐 소형 식당에 공급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육류수입업계는 앞으로 상당 기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알리고 소비자들로터 신뢰를 얻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20개 육류수입업체는 지난 4일 공동 성명서를 통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점을 감안,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인들이 가정.식당에서 일상적으로 먹는 질 좋은 높은 등급의 쇠고기를 수입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