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일 첫 내한공연을 갖는 독일 출신의 클라리네티스트 자비네 마이어(48·사진).그는 바이올린,피아노,플루트 등에 묻혀있던 클라리넷에 독주악기로서의 생기와 카리스마를 불어넣은 인물이다.

서정적이고 고운 소리를 내는 악기로만 알려졌던 클라리넷에서 남성적이고 전투적인 음색을 처음으로 끄집어냈기 때문이다.

유려하면서도 오케스트라의 흐름을 이끄는 힘이 탁월하다.

이런 마이어의 재능을 알아본 지휘자 카라얀은 마이어가 23세 때 금녀의 구역이었던 베를린 필의 최초 여성 수석 단원으로 발탁한다.

하지만 보수적이었던 베를린 필 단원들은 리허설 때 그와 가까이 앉는 것조차 거부했고,마이어는 1년 만에 베를린 필을 나와 세계적인 클라리네티스트로 독자적인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후 시카고 심포니,샌프란시스코 심포니,런던 필하모닉,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비엔나 필하모닉 등의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독주,협연,실내악 등 다양한 장르로 고전파에서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많은 음반도 냈다.

마이어는 서울시향과 협연하는 이번 공연에서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6월1일)과 크로머의 '두 대의 클라리넷을 위한 협주곡 91번'(6월2일)을 선보인다.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시드니 폴락 감독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배경음악으로 대중에게도 친숙한 작품이다.

그는 이 곡을 바셋 클라리넷으로 협연한다.

바셋 클라리넷은 안톤 슈타들러가 고안한 클라리넷으로 보통 클라리넷보다 아래로 반음을 4개 더 낼 수 있다.

독주 악기의 절제를 요구하는 이 곡과 칼날처럼 정확한 음정에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균형미를 자랑하는 마이어의 궁합이 기대된다.

크로머의 '두 대의 클라리넷을 위한 협주곡'은 그의 남편이자 클라리네티스트인 라이너 벨레와 함께한다.

개성이 강한 마이어의 연주를 벨레가 무게감 있는 음색으로 잘 받쳐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출신 지휘자 루도빅 모로의 서울시향은 이 밖에 라벨의 '쿠프랭의 무덤',베토벤의 '교향곡 4번'을 연주한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3만~12만원. (02)780-5054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