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방진복을 입고 신발도 갈아 신으시죠.모자에 마스크도 쓰시고요."

지난 28일 경기도 평택에 있는 현대모비스의 MDPS(전동식 파워스티어링 시스템) 공장에 들어서자 안내하는 직원은 이것 저것 요구 사항이 많았다.

MDPS의 핵심 부품인 센서 제작 공정에 먼지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1999년부터 현대.기아자동차에 각종 부품 모듈을 공급해온 현대모비스는 MDPS를 비롯 조향장치와 ABS(잠김 방지 시스템) 등 핵심 부품을 잇따라 독자 개발함으로써 현대.기아차의 원가 절감에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MDPS는 기존의 '유압식 파워스티어링 시스템'과 달리 휘발유를 쓰지 않고 무게도 4.6㎏ 가벼워 차량 연비를 3.1% 개선시켜 주는 첨단 조향장치다.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운전대)을 돌리면 센서가 회전 방향과 속도 등을 감지,전기 모터를 돌려 차량 앞바퀴에 적절한 구동력을 전달하는 것이 작동 원리다.

현대모비스는 이 시스템을 국산화, 2006년 6월부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과 기아자동차 슬로바키아공장에 공급하고 있다.



MDPS 공장 내에서도 가장 관리가 엄격한 곳은 센서를 생산하는 클린 룸.

일반 대기의 먼지 농도가 30만~300만클래스인 데 비해 클린 룸의 청정도는 항상 1000클래스(1ft³내에 0.5㎛ 이상의 먼지 1000개 이하)로 유지된다.

모든 직원은 방진복을 입고 먼지와 정전기를 막아주는 특수 신발을 신어야 하며 출입 전 반드시 공기 샤워를 통해 먼지를 털어내야 한다.

MDPS 제작에 쓰이는 부품도 공기 샤워나 솔벤트 세척 등 '먼지 검사'를 받아야 생산라인에 투입될 수 있다.

완성된 센서도 현미경 검사를 통해 먼지가 없음이 확인된 이후라야 출고된다.

미량의 먼지라도 묻어 있는 센서가 MDPS에 부착되고 이 MDPS가 차량에 장착되면 센서 오작동으로 조향 장치에 이상이 생겨 자칫 큰 사고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주권 현대모비스 MDPS 생산팀장은 "1000클래스는 반도체나 인공위성 부품을 만드는 공장에 버금가는 청정도"라며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반도체 공장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올 하반기부터는 기아차의 준중형 신차인 TD(프로젝트명)와 크로스오버 차량 AM(프로젝트명)에 들어갈 MDPS도 생산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중형 승용차와 대형 승용차를 위한 MDPS도 개발, 양산에 들어간다.

MDPS 생산에 필요한 핵심 부품도 대부분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

이 팀장은 "현재 광학 디스크를 미국 TRW에서 수입하고 있지만 이 부품도 올해 하반기에는 국산화할 것"이라며 "현대차나 기아차 등 완성차들은 MDPS 국산화를 통해 원가를 크게 절감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택=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