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혼슈 중북부의 산악지대인 '북알프스'는 일본의 지붕격이다.

후지산,하쿠산과 함께 일본의 3대 영산으로 꼽히는 다테야마를 비롯 3000m급 고봉들이 병풍처럼 펼쳐진 이곳은 일본 산악관광의 1번지이기도 하다.

이 북알프스는 서쪽 도야마현에서 동쪽 나가노현까지 장장 90㎞에 걸친 다테야마ㆍ구로베 알펜루트로 사람들의 발길을 받아들인다.

■다양한 이동수단으로 넘는 고원 트레킹

다테야마ㆍ구로베 알펜루트는 고원버스,로프웨이,트롤리카,케이블카 등 다양한 '탈것'을 경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도야마쪽 출발점은 다테야마역.해발 475m 지점의 이 역사는 이국적 분위기의 주변 풍광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역사에서 시작되는 가파른 오름길에 궤도열차가 놓여 있다.

7분쯤 오르면 해발 977m 지점의 비조이다라.순식간에 500m 높이를 올라서인지 귀가 먹먹하다.

비조이다라에서 갈아타는 고원버스는 산허리를 감아도는 산길을 천천히 오른다.

굽이를 돌 때마다 새로이 펼쳐지는 산줄기의 녹음이 시원하다.

총천연색 야생화 무리도 반갑게 마중한다.

20분쯤 가면 오른쪽 아래 먼 곳에 있는 폭포가 눈에 들어온다.

다테야마역에서 버스와 도보로 왕복 1시간쯤 걸리는 곳에 있는 쇼묘폭포다.

350m 높이에서 4단으로 떨어지는 두 개의 물줄기가 장쾌하다.

고원버스는 거북이 속도로 무로도(2450m)로 향한다.

무로도에 들어서기 직전 '설벽길'을 지난다.

4월 중순에야 개방될 정도로 많이 쌓이는 눈 사이로 터널같은 길을 낸 구간이다.

일본인들은 이 설벽길을 '유키노 오다니'(눈의 계곡)라 부르며 알펜루트의 최고 볼거리로 꼽는다.

설벽길은 보통 6월 초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무로도에서는 10분 정도 걸어 미쿠리가케 칼데라호 주변을 산책한다.

둘레 630m의 이 칼데라호는 다테야마 연봉의 모습을 반영,신비감을 불러일으킨다.

산책로를 따라 밑으로 내려가면 썩은 달걀 냄새가 진동하는 '지옥계곡'을 만난다.

본격 트레킹족이라면 다테야마 정상에 도전할 수도 있다.

왕복 3시간의 트레킹 코스가 잘 정비돼 있다.

무로도에서는 트롤리버스를 탄다.

10분쯤 달려 긴 터널을 빠져 나오면 다이칸보.다이칸보는 알펜루트의 중심으로 전망대에 오르면 확 펼쳐진 다테야마 연봉의 모습이 가슴을 시원스레 뚫어준다.

이어지는 로프웨이를 타고 아래쪽 구로베다이라로 내려간다.

1.7㎞ 길이의 이 로프웨이는 움직이는 전망대.표고차 500m로 낙하산을 타고 급강하하는 느낌이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는 다테야마 연봉의 풍경이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준다.

구로베다이라에서 10분 정도 궤도열차를 타고 가면 구로베댐이 나온다.

구로베댐은 일본 최대 규모의 댐.겹겹이 둘러쳐진 산줄기의 신록과 구로베댐으로 생긴 인공호수의 짙푸른 물줄기가 시선을 압도한다.

댐 건너편에서 기다리는 트롤리버스를 타고 터널을 지나면 다테야마ㆍ구로베 알펜루트의 동쪽 관문인 오기사와에 닿는다.

■아슬아슬 협곡열차

북알프스 여행은 구로베 협곡열차 체험으로 완성된다.

구로베 협곡은 일본에서 가장 깊은 협곡.86㎞ 길이의 구로베 강이 8000여 굽이를 휘돌아 만들어냈다.

구로베 댐을 건설하기 위해 놓은 협곡열차 타고 구경한다.

협곡열차는 우나즈키역에서 출발,게야키다이라역까지 41개의 터널과 21개의 철다리를 지나며 V자로 팬 협곡 탐방길을 안내한다.

철길 중간쯤의 가쓰스리역에서 내려 협곡 바닥으로 내려갈 수 있다.

차가운 물이 흐르는 협곡 가장자리의 바위와 모래 틈으로 뜨거운 온천물이 샘물처럼 솟는다.

그 온천물에 발을 담그면 여행의 피로가 싹 가신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