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쇠고기 수입 고시가 발표된 29일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은 집회 장소를 청계광장에서 서울시청 광장으로 옮겨 오후 7시15분부터 8시30분까지 정부의 고시 발표를 비난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날 집회에는 고시 발표에 맞춰 촛불문화제 참여를 선언한 민노총 산하 단체 노조원들이 대거 참가,일반 노동집회 현장을 방불케 했다.

한국철도노조원 20여명은 집회 전부터 서울광장에 모여 자리를 잡는 등 곳곳에서 민노총 산하 단체 노조원들이 눈에 띄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곧바로 도로 점거 시위에 나서 서울시청과 세종로 을지로 등 주변 도로는 9시가 되기 전에 교통이 통제되는 등 퇴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경찰은 이날 오후 8시 전까지 27대의 버스와 2700명의 전경을 동원,주변 교통 통제에 나섰으나 거리시위가 본격화되거나 물리적 충돌 사태가 벌어지는 것에 대비해 차량과 인원을 40여대와 5000명으로 늘렸다.

○…28일까지 촛불문화제 장소로 이용된 청계광장은 언제 촛불집회가 열렸냐는 듯 하루종일 조용했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이미 휴대폰 문자와 이메일 등을 통해 집회 개최 장소가 서울시청광장으로 바뀐 것을 알았는지 덕수궁 앞뜰과 주변에 모여들었다.

한 참가자는 "집회 장소가 서울시청광장으로 변경됐다는 메시지를 문자로 받았다"면서 "오늘은 한판 하는 날"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청광장 집회에는 한국철도노조 금속노조 금융산업노조 등 민노총 산하 노조가 대거 참가,촛불집회가 노동집회로 변질되는 양상을 보였다.

한국철도노조원 20여명은 집회가 열리기 전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앉았으며 한 금속노조원은 발언대에 올라 "정부의 고시 강행에 대해 투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청집회에선 또 그 동안 청계광장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1980년대 대표적 노동운동 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이 나오는 등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의 틀에서 벗어나는 모습도 나타났다.

집회에 참석한 1만여명의 참가자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함성을 질렀다.

일부 민노총 노조원들은 가지고 온 대형 깃발을 휘두르며 분위기를 주도하기도 했다.

○…당초 시청광장에는 허가받은 음악회가 있었으나 무작정 집회를 여는 촛불시위대에 밀려 감히 음악을 연주하지 못했다.

MBC프로덕션이 기획한 음악회는 '문화와 예술이 있는 서울광장'으로 지난 16일부터 10월까지,오후 8시부터 9시까지 열도록 서울시청과 계약이 돼 있었다.

기획사 관계자는 "괜히 시비가 붙었다가는 사고날 우려가 있다"며 "이날 연주를 취소해야겠다"고 말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서울 프라자호텔과 조선호텔을 지나 한국은행 방향으로 도로 점거시위를 시작했다.

가두시위에는 약 9000여명이 참가했으며 "고시 철회,전면 재협상" "이명박 타도,미친소 물러가라" 등을 외쳤다.

경찰은 시위대 도로 진입을 막지 않았으며 시위 초반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시위대가 신세계백화점 방면으로 접어들면서 남산3호터널 진입도로가 통제되는 등 퇴근길은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경찰은 시위대가 지나갈 수 있도록 도로를 원천 봉쇄하지 않았으며 우려했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박민제/성선화/오진우/이재철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