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의 방한(5월27~31일)에 국내 와인업계와 와인 애호가들의 이목이 집중된 한 주였다.

파커가 소개한 와인은 모두 8종인데,샴페인을 제외하고 파커 포인트가 모두 90점이 넘는 최고급 와인들이다.

하지만 칠레 와인은 들어있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ㆍ호주 와인을 들고 오면서도 신대륙 와인의 대표격인 칠레 와인을 뺀 것은 남미 와인에 유독 인색한 파커의 성향을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예외는 있다.

칠레 와인 가운데 가장 높은 파커 포인트(97점)를 받은 '카르민 데 페우모(Carmin de Peumo) 2003'이 그 주인공.칠레 최대의 와이너리이자 '알마비바'를 생산하는 콘차이토로가 만들었다.

'알마비바'로 대표되는 칠레 와인의 대부분은 카베르네 소비뇽을 중심으로 한 보르도 블렌딩 방식을 사용했다.

때문에 와인은 훌륭하지만 칠레만의 색깔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콘차이토로는 칠레의 토착 포도 품종인 카르미네르를 와인으로 만들기 위한 10년간의 노력 끝에 2006년 10월 '카르민 데 페우모'를 내놓았다.

출시 후 전문가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첫 빈티지인 2003년산에 대해 세계 유수의 와인 전문지들이 '칠레 와인의 새로운 범주를 만들었다''새로운 칠레 컬트 와인의 탄생'이라며 극찬했다.

와인 전문지 '와인 앤드 스피릿'은 '2006년 올해의 100대 와인'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또한 파커가 매긴 97점은 그 이전까지 최고 점수(95점)를 기록했던 '알마비바' 2001,2003년 빈티지를 넘어서는 것이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카르민 데 페우모'는 최고급 카르미네르 품종을 수확하는 칠레 중부 라펠밸리의 페우모 빈야드에서 엄선된 포도로 생산된다.

색이 진하고 어두운 레드와인으로 자두,블랙베리 등의 과일향과 초콜릿,타닌의 맛이 균형을 이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에선 2003,2004년 빈티지를 판매하고 있고 2005년산은 하반기에 들어올 예정이다.

가격은 25만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는 연간 생산량이 2만4000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5만원대인 '알마비바'는 5배인 12만병을 생산한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