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무엇이고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돈을 잘 버는 사람은 행복할까? 과연 명예가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까? 교과서적으로 부자는 불행하고 가난하면 행복할까? 어쩌면 이런 것들이 아닐지도 모른다.

부부의 인연은 8겁으로 이어져 있다고 한다.

겁이란 사방 40리 되는 됫박에 겨자씨를 넣고 그것을 1년에 한 개씩 세는 세월이 1겁이다.

그 겁이 여덟 번 되풀이된 세월이 8겁이라고 하니 질기고도 질긴 인연이 부부다.

그렇게 고래 심줄 같은 인연인데 다음 생에 부부로 만나고 싶지 않은 부부들이 주위에 너더분하다.

디스플레이 부부들이 꽤 있다는 말이다.

남들 앞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금실 좋은 부부처럼 행세하지만 집에서는 각방을 쓰고 대화도 나누지 않는 부부들. 젊은이들은 결혼이 선택이듯이 이혼도 선택이라고 떠들어대는 세상에 중년들은 사랑은 식었으나 이혼으로 인한 사회적 불이익이나 주변의 눈총을 받지 않으며 적당히 품위를 유지하고 싶어 겉으로만 남들이 샘낼 만큼 잉꼬부부 흉내를 내며 산다.

부부가 한 지붕 아래에서 남남처럼 산다는 건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세계 국가 중 이혼율 2위,부부간의 대화 단절과 무관심은 부부의 위기다.

가정 파탄의 주범인 부부간의 침묵,부부는 왜 침묵하고 그 침묵의 끝은 어디일까. 그토록 듣고 싶은 말,오늘도 수고했어,사랑해,당신이 최고야,왜들 그걸 못해줘서 사네 마네 하는 걸까. 부부가 자주자주 애정 표현을 하고,감사나 칭찬을 하고,같이 식사하며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면 행복이 찾아와 준다던데,이것을 실천하는 데 야박하기만 하다.

살갑게 대하는 게 습관이 안 되어서 못하는 부부도 있다.

누가 시킨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라면 몸으로 하는 대화는 어떨까. 섹스는 말 그대로 소통이니까 살 맞대고 살다 보면 없던 사랑도 생기고,친밀감은 덤으로 따라올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그저 동하면 덮쳐 몇 번 부스럭거리다 어수선하게 끝난다면 정말 덧정이 없을 것이다.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다는 말은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다.

그저 출근할 때 양복 먼지를 툭툭 털어주는 아내가 있으면 기운 나고,자기 전에 뽀뽀해주고 팔이 저리도록 팔베개 해주는 남편이 있으면 행복할 것이다.

연애할 때의 당당함은 어디로 갔는지 '당신,날 사랑해,사랑하긴 하냐구' 하면서 귀찮도록 따라다니며 물어대는 아내에게 필요한 건 뭐? 가슴에 사무치도록 하는 포옹,키스,그리고 사랑해. 행복은 슬그머니 안방차지할 걸?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 www.sexeducat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