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삼성SDS 서울 역삼동 본사에 경찰이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 회사가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쉬프트정보통신으로부터 불법 복제물인 '가우스'를 구입해 유통시켰다는 이유에서였다.

삼성SDS 측은 날벼락을 맞은 모습이었다.

"가우스는 국가에서 '좋은 소프트웨어(GS=Good Software)'라는 인증을 해준 상품 아닌가.당연히 정품으로 알고 정상가격을 주고 구매했는데 불법복제물을 거래했다는 게 무슨 소리냐"는 내용의 보도자료까지 내며 강하게 반발했다.

사정은 이렇다.

삼성SDS는 작년 A사의 IT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따내고 작업에 필요한 가우스를 구매해 무사히 일을 마쳤다.

그런데 스페인의 스티마소프트웨어가 "가우스는 우리 회사 제품의 불법 복제물"이라며 소송을 걸었다.

지난 2월 쉬프트를 상대로 승리(벌금형)를 거둔 여세를 몰아 삼성SDS에까지 칼을 겨눈 것.경위야 어떻든 '짝퉁'을 샀을 뿐만 아니라 불법 소프트웨어를 발주회사(A사)에 유통까지 시켰다는 주장이다.

삼성SDS와 스티마간 싸움은 법정 소송으로 번지게 됐다.

하지만 소송 결과에 상관없이 "정부가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가우스는 2004년 초 한국소프트웨어협회(행정안전부 소속)로부터 행정업무용 소프트웨어 인증을 받았고,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지식경제부 소속)는 GS 인증까지 내줬기 때문이다.

GS 인증은 정부가 국산 소프트웨어를 장려하기 위해 2000년부터 실행하고 있는 제도다.

정부는 GS인증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기업에 대해 공공분야 사업을 입찰할 때 가점을 주며 '적극 이용'을 유도하고 있다.

그런 정부가 짝퉁 여부조차 가려내지 못하고 인증을 남발해온 셈이다.

정보통신기술협회 관계자는 "불법 복제 여부를 알려면 해당 업체가 소프트웨어의 소스코드를 공개해야 하는데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 때문에 받기 어렵다"며 "우리는 성능을 테스트해 인증 여부를 결정할 뿐"이라고 말했다.

일이 잘못되자 변명에 급급한 당국과 "정부가 권장한 제품을 쓴 게 죄란 말이냐"며 황당해 하는 기업의 모습이 안타깝게 겹쳐졌다.

박동휘 산업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