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캐머런)의 논문을 남자(포어먼)가 가로챘다.

일찌감치 제출한 여자의 논문을 상사(하우스)가 검토하지 않고 밀쳐둔 사이 남자가 표절,먼저 승인받은 것이다.

여자는 펄쩍 뛰며 위에서 조치해주기를 바라지만 상사는 강 건너 불 보듯 하면서 오히려 여자에게 정신 차리라고 다그친다.

"누군가 인간 본성을 드러내는 걸 보고 언제까지 그렇게 놀랄 작정이냐"는 것이다.

미국 드라마 '하우스'에 나오는 내용이다.

기막혀 하던 여자는 팀내 갈등이 고조되는데다 환자 치료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를 통해 세상사 윤리적 잣대로만 잴 수 없다는 걸 깨닫자 남자를 찾아간다.

"우리는 한팀이다.

내 논문을 훔친 건 용서하기 힘들지만 간수를 잘못한 내게도 책임이 있다.

우리 서로 사과하고 이만 화해하자." 화들짝 반길 줄 알았던 남자의 반응은 뜻밖에 냉정하다. "나도 너와 함께 일하는 게 좋다.

하지만 10년 뒤엔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우린 동료지만 친구가 아니다.

나는 사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드라마는 이외에도 자주 직장생활에 대처하는 여자와 남자의 차이를 보여준다.

여자는 윤리를 중시,목표보다 방법의 옳고 그름을 따지고,남자는 목표 달성에 필요하다면 다소 편법을 써도 괜찮다고 여긴다.

여자는 수평적,남자는 수직적 관계를 원한다.

남녀 사이 벽은 이처럼 두껍다.

오죽하면 다른 별에서 왔다고 할까.

미 CNN방송이 남녀 차(差)의 주요인으로 호르몬 및 인류의 관습을 꼽았다고 한다.

남자가 쇼핑을 싫어하는 건 사냥감에만 집중하던 수렵생활 흔적 탓,여자가 문제를 남에게 털어놓는 건 그때 나오는 세로토닌이 기분을 상승시키는 덕이라는 것이다.

남녀의 차이 및 원인에 대한 해석은 많다.

발달한 뇌가 서로 다르다고도 하고,여자는 양쪽 뇌가 연결돼 있고 남자는 분리돼 그렇다고도 한다.

직장에서도 좋든 싫든 남녀가 한팀으로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다.

다르다고 외면할 게 아니라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의 특성을 이해해야 갈등을 줄이고 대응법도 찾을 수 있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