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에 비스듬히 앉은 자세로 태양이 수평선에 걸쳐 있다

식탁 위에 포도주를 쏟듯이 어둠이 번진다

소멸을 향해 돌진하는 별들이 무섭도록 밝다

(…)

비린내 나는 인간의 식탐을 가득 실은 배들이 근해를 얼쩡거린다

최후의 만찬 때 열두 제자는 음주와 식사를 끝까지 마쳤을까

식욕이 왕성한 베드로를 보고 예수는 울화가 치밀었다

지독하게 쓴맛이 네 혀의 뒷면을 영원토록 지배하리라

나는 모든 미래가 오늘의 치명적 오역이라고 믿는다

이제 곧 후식을 먹을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검은 바다와 검은 하늘을 가까스로 가르는 수평선 위

의자를 박차고 일어선 유다의 낯빛처럼 창백한 보름달

심보선 '최후의 후식'부분


세상을 보는 시선이 싸늘하다.

모든 미래가 오늘의 치명적 오역이라니.환상과 기대를 걷어내면 삶에서 무엇이 남을까.

통제할 수 없는 본능과 본능이 채워지지 않음으로써 쏟아내는 불평만이 음울하게 떠돌지도 모른다.

배반자가 어디 유다뿐이겠는가.

인류가 이뤄낸 위대한 문명과 도덕과 상상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온통 미완성이다.

아무리 애써도 끝내 완성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삶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늘 불편하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