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오는 11월 마지막 '철거민 딱지'(아파트 특별분양권)를 일괄 분양키로 하면서 투기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딱지를 손에 쥔 철거민 중 일부는 추첨을 통해 서울 지역 아파트 분양권을 값싸게 매입할수 있다.

14개 택지지구에서 공급될 이번 딱지 대상에는 강남 세곡지구와 서초 우면지구 등 강남권의 알짜 물량도 포함돼 있다.

철거민들 사이에서 치열한 추첨 경쟁이 벌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들 지역에서 공급될 물량은 각각 396가구와 598가구로 한정돼 있지만 분양신청 인원은 64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곳에 아파트를 분양받기만 하면 최소 3억~4억원의 차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철거 예정 가옥들에 막대한 웃돈(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정부가 딱지 매매를 불법화했지만 위장 매매 등 편법이 난무하면서 법망을 피해가기 일쑤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서울시의 무책임한 행정편의주의 탓이 크다.

시는 철거민 주거안정을 위해 도입한 딱지제도가 투기수단으로 변질되자 지난 4월18일자로 이를 폐지했다.

대신 제도 시행 전인 4월17일까지 보상계획이 공고된 도시계획 사업에 대해서는 종전처럼 딱지를 지급키로 했다.

시는 이로 인해 새로 발생할 철거민 수를 2842명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론 이보다 훨씬 많은 4672명에 달했다.

시는 특히 딱지 폐지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을 무마시키고 도시계획 사업을 빨리 실행하기 위해 구청별로 도시계획 사업의 보상공고를 예정보다 앞당겨 실시하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각 구청이 서둘러 도시계획을 수립하면서 딱지를 받아야 할 철거민 숫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딱지가 확정되려면 오는 10월 말까지 해당 구청과 보상협의를 마쳐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철거민들은 서둘러 구청과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서울시 입장에선 도시개발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인 보상협의를 신속하게 끝낼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서울시가 '대박 티켓'을 잡으려는 일반인들의 심리를 이용한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호기 건설부동산부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