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100일] 고유가 등 대외여건 악화에 경제정책 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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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핵심 공약인 '7% 성장'을 실천하는 전위대를 자처한 경제팀이 돌부리에 걸렸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소비자물가 불안이 가중되고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정권에 대한 지지도가 급락하고 있어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공기업 민영화 등 개혁정책을 과감히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진흙탕 속 출범
이명박 정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세계경기 침체,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의 대외 악재들에 둘러싸인 채 출발했다.
국내 경기 사이클이 침체국면으로 진입하는 시점이었는 데도 물가는 국제원자재 가격 때문에 가파른 급등세를 이어갔다.
경제팀은 초기부터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추진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법인세율 인하와 규제 완화,수출업체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대외 채권·채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고환율 정책 등이 대표적이다.
경기 하강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한 처방으로 세계잉여금 4조8000억원을 재원으로 한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추진했다.
유류세율 인하 등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정책에도 각별히 신경 썼다.
공무원 인원과 예산을 감축했고,공기업 민영화도 역대 최대 규모로 추진 중이다.
◆고물가-고실업 '진퇴양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 100일이 지났지만 이명박 경제팀은 진퇴양난의 어려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국제원자재 가격은 당초 예상했던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수위까지 상승했다.
경상수지는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물가는 한국은행의 관리목표인 3.5% 선을 훌쩍 뛰어넘어 4%대로 올라섰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최근 20만명이 무너지는 등 '쇼크' 수준으로 줄었다.
경기선행지수와 동행지수 재고지표 등 각종 경기지표는 경기가 본격적인 하강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고환율 정책을 편 덕택에 수출이 급증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수입은 유가급등으로 더 늘어 무역적자가 심화되고 있다.
경기를 살리자니 물가가 걱정이고,물가에 정책의 무게를 두자니 일자리가 걱정인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사회 전반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지만,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기업 민영화는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경제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경기 급랭을 막아 서민생활을 안정시키는 한편 규제 완화, 감세,공기업 민영화 등 경제개혁 조치들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고유가와 선진국 경기침체 속에서 국내 경기도 정점을 찍고 하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며 "특히 저소득층 자영업자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의 고통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경기 급랭을 막는 것이 이명박 정부 경제팀의 가장 큰 과제"라고 주장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연구실장도 "대선 때부터 이른바 'MB노믹스'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가 워낙 높게 형성돼 있다"며 "감세 및 추경예산 편성 등 내수 진작책을 적절히 구사해 서민층의 체감경기를 개선시키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권 실장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 살리기 프로젝트 핵심은 감세와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활력 증대였는데 당장 여론이 좋지 않다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면 점점 더 수세에 몰릴 것"이라며 "18대 국회 출범을 '터닝 포인트'로 삼아 성장 지향적인 경제정책을 과감하게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영국에서 1980년대 초반 집권한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보수당 정권 역시 석탄노조 총파업 등으로 첫 석 달은 아주 어려운 시기를 보냈지만 '영국병'을 치유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공감대가 있었기에 경제 개혁을 실현할 수 있었다"며 "이명박 정부도 초심으로 돌아가 왜 국민들이 대선과 총선에서 자신들을 지지했었는가를 냉철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식/차기현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