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동안 타이어용 고무의 품질개선에 매달린 중소 기업인이 있다.

용진유화의 유홍섭 사장(59·사진).

그는 3년 전 승용차를 몰고 귀가하다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벼랑 밑으로 추락하는 아찔한 사고를 당했다.

차량이 대파된 가운데도 다행히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그는 사고 직후 멀쩡한 네 바퀴 타이어를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타이어 수명을 연장시켜 주는 노화방지제에서부터 웬만한 외부 충격도 흡수하는 타이어 내부 공기주머니 등 한 평생 동안 자신이 개발한 무려 60여가지 핵심 소재 기술이 들어가 있는 타이어가 자신의 생명을 구해냈다는 기쁨 때문이었다.

그만큼 타이어에 대한 그의 사랑은 남다르다.

유 사장은 25세 때인 1974년 부친 유동식옹(84)이 운영하던 영세 고무가게를 물려받으면서 고무와의 인연을 시작했다.

당시 타이어가 펑크나면 고무 조각을 바깥에 떼어 붙였던 시절,그는 웬만한 충격에도 견디면서 수명이 오래가는 타이어 고무 소재를 100% 국산화해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기술을 습득해 갔다.

관련 논문과 서적을 있는 대로 구입해 읽어나갔다.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한 일본과 독일의 업체들을 수시로 찾아다녔다.

일본에서는 기술을 곁눈질하다 들켜 공장에서 쫓겨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런 산고의 결실은 1992년 고무 노화방지제(제품명 sunprax)의 출시를 낳았다.

이 제품은 타이어 표면의 외부 충격은 물론이고 자동차 매연이 고무제품과 만나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발생하는 미세 균열도 방지한다.

용진유화는 이 기술 하나로 일약 고무 소재 분야 스타덤에 올랐다.

국내 최대 타이어 제조사인 금호타이어와 한국타이어 등에 제품을 전량 공급하고 있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80%,세계 시장 점유율도 8위에 달한다.

경쟁국 제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베트남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는 이미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최첨단 기술 덕분에 그는 고무소재 업체론 처음으로 1999년 5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지금은 전체 매출액 579억원 중 44%인 253억원이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