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남아공의 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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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벌어진 지난 2주 동안의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 사태로 50명이 죽고 수천명이 다쳤다.
폭력사태로 남아공 전역에서 600명 이상의 시위자들이 체포됐다.
무장한 흑인들이 흑인거주지역을 중심으로 폭력을 행사하며 돌아다녔다.
방화와 죽음의 흔적들은 1990년대 초반 남아공을 휩쓸었던 흑백 간 폭력이 부활한 것처럼 보였다.
이번 소요로 남아공의 대내외 이미지는 큰 손상을 입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이번 소요로 남아공이 14년 전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국가에서 다민족 민주국가로의 변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파르트헤이트 시절에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정치 세력이었던 흑인 무리들이 이번엔 소요 주동자로 돌변했다.
남아공에 얼마나 많은 불법체류자가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의 압제와 가난을 피해 넘어온 짐바브웨인이 400만명이 넘으며 모잠비크인들은 그 다음으로 많다.
그 외에도 말라위 나이지리아 콩고 소말리아 출신이 적지 않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명백하다.
남아공 인구 중 42%만 일자리를 갖고 있고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최소한의 시설조차 미비된 판자집에서 살고 있다.
식량가격 상승과 옥수수 부족으로 식량난도 가중됐다.
성난 국민들은 이주민에게 화살을 돌렸다.
'외국인들이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내부의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타보 음베키 대통령의 남아공 정부는 아프리카 각국 대사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정확히 직시하지 못하고 허둥댔다.
놀랍게도 음베키 대통령은 사건현장을 한 곳도 방문하지 않았고 외국 방문 일정을 바꾸지도 않았다.
그의 행동은 이번 사태가 발생하도록 정부가 방치했다는 인상을 준다.
무엇보다 음베키 정부는 모든 아프리카인은 형제라고 공언해 수백만명의 이민을 통제하지 못했고 실업 문제가 터질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우파 백인들이나 줄루족 망고수투 부텔레지 당수의 인카타당이 이번 폭동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부텔레지 당수는 이번 폭동 이후 난민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사과한 유일한 흑인 지도자다.
반면 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자신들이 망명 중일 때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이 환대해줬다며 모든 아프리카인들은 형제라는 교훈적인 말만 되풀이했을 뿐이다.
이는 ANC가 수천명이 망명했던 당시와,수백만명의 불법 이주자들로 인해 노동시장 주택시장 등이 큰 충격을 받고 있는 현재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문제의 원인으로 외국인 혐오를 들며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15개국 남부 아프리카 개발공동체 국민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에 서명했을 정도다.
이 협정이 효력을 발휘하게 되면 더 많은 이주민이 남아공으로 들어오게 돼 더 큰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
그때는 사태를 통제하지 못하는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정리=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이 글은 영국의 선데이타임스 남부아프리카 특파원인 R.W.존슨이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벌어진 지난 2주 동안의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 사태로 50명이 죽고 수천명이 다쳤다.
폭력사태로 남아공 전역에서 600명 이상의 시위자들이 체포됐다.
무장한 흑인들이 흑인거주지역을 중심으로 폭력을 행사하며 돌아다녔다.
방화와 죽음의 흔적들은 1990년대 초반 남아공을 휩쓸었던 흑백 간 폭력이 부활한 것처럼 보였다.
이번 소요로 남아공의 대내외 이미지는 큰 손상을 입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이번 소요로 남아공이 14년 전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국가에서 다민족 민주국가로의 변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파르트헤이트 시절에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정치 세력이었던 흑인 무리들이 이번엔 소요 주동자로 돌변했다.
남아공에 얼마나 많은 불법체류자가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의 압제와 가난을 피해 넘어온 짐바브웨인이 400만명이 넘으며 모잠비크인들은 그 다음으로 많다.
그 외에도 말라위 나이지리아 콩고 소말리아 출신이 적지 않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명백하다.
남아공 인구 중 42%만 일자리를 갖고 있고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최소한의 시설조차 미비된 판자집에서 살고 있다.
식량가격 상승과 옥수수 부족으로 식량난도 가중됐다.
성난 국민들은 이주민에게 화살을 돌렸다.
'외국인들이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내부의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타보 음베키 대통령의 남아공 정부는 아프리카 각국 대사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정확히 직시하지 못하고 허둥댔다.
놀랍게도 음베키 대통령은 사건현장을 한 곳도 방문하지 않았고 외국 방문 일정을 바꾸지도 않았다.
그의 행동은 이번 사태가 발생하도록 정부가 방치했다는 인상을 준다.
무엇보다 음베키 정부는 모든 아프리카인은 형제라고 공언해 수백만명의 이민을 통제하지 못했고 실업 문제가 터질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우파 백인들이나 줄루족 망고수투 부텔레지 당수의 인카타당이 이번 폭동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부텔레지 당수는 이번 폭동 이후 난민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사과한 유일한 흑인 지도자다.
반면 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자신들이 망명 중일 때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이 환대해줬다며 모든 아프리카인들은 형제라는 교훈적인 말만 되풀이했을 뿐이다.
이는 ANC가 수천명이 망명했던 당시와,수백만명의 불법 이주자들로 인해 노동시장 주택시장 등이 큰 충격을 받고 있는 현재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문제의 원인으로 외국인 혐오를 들며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15개국 남부 아프리카 개발공동체 국민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에 서명했을 정도다.
이 협정이 효력을 발휘하게 되면 더 많은 이주민이 남아공으로 들어오게 돼 더 큰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
그때는 사태를 통제하지 못하는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정리=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이 글은 영국의 선데이타임스 남부아프리카 특파원인 R.W.존슨이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