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원 < 프로바둑기사·방송인 myung0710@naver.com >

"그를 사랑해.그는 나를 존중해 주고,있는 그대로의 나를 따뜻하게 감싸 줘.처음엔 그의 마음을 의심했어.그의 따사로운 정성에 탄복하고 감사하면서도 말이야.그래서 나에 대한 그의 마음이 진심인지,마음의 크기는 얼마나 큰지 시험해 보기로 했어.

내가 생각해 낸 건 단단하고 뾰족한 가시를 만드는 일이었어.일종의 위협을 가한 거지.나에게 이렇게 뾰족한 면도 있는데 괜찮아요? 그래도 나를 사랑할 수 있어요? 하나,둘,셋…,가시의 수를 늘려도 그는 여전히 나를 따뜻하게 비추었어.아니,오히려 더 강하게 정성을 쏟아 주었지.그래,어쩌면 가시를 만드는 일의 시작으로 그가 나를 더 강하게 감싸안게 되었으니 처음 작은 가시 몇 개는 그가 나에게 더 관심을 갖고 날 더 사랑하게 만든 계기가 된 것 같아.그럼에도 난 그의 마음을 다 믿지 못했어.그래서 난 가시를 더 단단하고 더 뾰족하고 더 크게 만들어 보기로 했지.

하지만 나는 곧 나에 대한 그의 무한한 사랑과 존중에 부끄러웠어.그는 내가 왜 자신의 마음을 전부 믿지 못하는지 생각하며 이따금 슬퍼했지만 여전히 나를 강렬하게 비추었어.그를 의심하고 시험한 나는 그동안 어리석은 노력을 했던 거야.

그래서 내가 가시를 만드는 동안 가슴 아파한 그를 위해 보답하기로 했어.그의 사랑을 전부 믿게 되니 그의 세세한 마음이 보였어.그의 작은 마음 하나 하나에 행복을 느끼며 내 사랑을 예쁘게 키울 수 있었어.그는 자기의 사랑을 먹고 예쁘게 자라는 나를 보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고 보답이라 했어.나는 점점 사랑이란 색깔로 선명하게 물들었지.

아직도 내겐 그 때 만든 가시가 있어.때로는 말이야,나에게 호감을 품은 이들이 나에게 가까이 왔다가 아주 작은 가시만 봐도 금방 겁을 먹고 도망 가.단 한 번도 이 가시로 그 누구를 찌른 적은 없는데 말이지.이제는 그들을 시험할 마음조차 없는데 말이지.하지만 가끔 좋은 효과도 있어.순간의 충동적 감정으로 나의 아름다운 색깔에만 빠져 접근하는 이들을 쉽게 막아 낼 수 있거든.결국 처음 의도와는 다르지만,나의 가시는 내게 다가오는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이자 시험대가 된 거야.

너도 원한다면 나와 사랑을 나눌 수 있어.네가 어릴 적 나의 가시 중 가장 커다란 것을 살짝 떼어 콧등 위에 붙이고는 코뿔소가 되었다고 해맑게 웃던 나와의 첫 만남을 다시 기억해 낸다면 말이야."

어느 담벼락에 핀 6월의 붉은 장미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