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1야당인 통합민주당이 다소 들떠있다.

"야당은 5년만 해도 될 것 같다" "정권을 되찾아오는 시기가 생각보다 빨리 올 것 같다"는 등의 낙관론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격화되고 있는 '촛불시위'에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20%초반대로 떨어지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민주당이 어떻게든 반사이익을 누리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부쩍 커진 모습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여권의 불행을 마냥 기뻐하기만 할 처지일까.

민주당은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국회 원내 1당이었다.

올 2월까지는 집권여당의 역할을 수행했다.

국정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이 국회를 내팽개치고 장외로 뛰어나가는 것은 어느모로 보나 바람직하지 않다.

상당수 의원들이 '촛불집회'까지 참여하는 것은 국회가 아닌 거리에서 정부 여당의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제도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임에도 갈등해결 창구로서 국회의 역할을 포기하고 스스로 앞장서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지금은 정부조직 개편으로 상임위 조정 등 18대 국회를 열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원구성 협상을 보이콧하고 있다.

국회 개점휴업상태의 장기화를 예고한다.

경제여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국회 공전으로 처리해야 할 법안이 표류한다면 민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국민들은 그 책임을 여당에만 묻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여당이던 열린우리당 시절 민생을 도외시하고 정쟁에만 골몰하다 민심이반을 경험한 바 있다.

창당한 지 3년9개월 만에 스스로 간판을 내린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정부여당의 잇단 헛발질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지지율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록 지난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지만 10년간 이 나라를 책임졌던 공당이 상대당에만 잘못을 돌리고 비판만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아스팔트 위에서 구호만 외칠 게 아니라 원내로 들어와 책임 있는 야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지난 5년간 잃어버린 민심을 되찾는 길이다.

노경목 정치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