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추세대로라면 연간 실질 국민소득증가율이 10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

1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1.2% 감소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 같은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실질 국민소득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다는 것은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오히려 나빠진다는 의미로 '헛성장'을 했다는 것이다.

실질 GNI가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실질 GNI는 전년 대비 8.3% 감소했다.

그후 10년 만에 다시 '실질 GNI증가율 마이너스 시대'가 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게 지금의 상황이다.

실질 GNI는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교역조건을 반영한 실질무역손익과 실질국외순수취 요소소득(배당금 수입ㆍ지출 등)을 더해 구한다.

실질 GDP 증가율이 둔화되는 가운데 실질무역손익마저 급격히 악화되면서 GNI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가 갈수록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질 GDP(경제성장률)는 올 하반기 3%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역조건은 원유 등 원자재값 급등으로 수입제품 가격은 급등한 반면 반도체 등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품목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됐다.

실제 1분기 순상품교역조건(2005년 100기준)은 80.5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이는 2005년 100단위의 상품을 수출한 돈으로 100단위의 상품을 수입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100단위 상품을 수출한 돈으로 80.5단위의 상품밖에 수입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쉽게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제유가는 최근 배럴당 130달러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다른 원자재값도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유가 등 원자재값과 환율이 안정되지 않으면 교역조건이 개선되기 어렵다"며 "연간 실질 국민소득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