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주가 상승세를 이끌어왔던 대형주의 숨고르기가 뚜렷한 가운데 중·소형주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890선 돌파에 실패한 지난달 16일 이후 지루한 조정 양상을 보이면서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대형주는 추가 상승이 힘에 부친 모습이 역력한 반면 중·소형주는 저평가 종목을 중심으로 잇달아 사상 최고가에 오르고 있다.

유상증자에 따른 물량 부담에도 아랑곳없이 견조한 주가흐름을 보이는 중·소형주도 많다.
대형주 '숨고르기' … 중소형주 "이젠 내 차례"
◆중·소형주 사상 최고가 속출

2일 유가증권시장에선 9개 중·소형주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포스코강판과 한국특수형강이 제품값 인상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로 종가가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은 것을 비롯 대경기계 삼화전기 대동전자 세방전지 디씨엠 태경산업 심팩 등과 코스닥시장의 LG마이크론 등도 장중에 사상 최고치를 새로 작성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태경산업에 대해 송원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며 대표적인 저평가 종목이라며 목표주가를 19.4%나 올렸다.

심팩은 이날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자회사 심팩에이앤씨의 실적 호조 덕을 봤다.

전문가들은 수입물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정부의 고환율정책에 제동이 걸려 수출주의 실적 모멘텀이 어느 정도 약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그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중·소형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IT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수출주는 당분간 주도주 자리를 계속 유지하겠지만 원·달러 환율이 나흘 연속 하락하는 등 환율 변화 조짐으로 실적에 다소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이들 대형주가 숨고르기를 하는 동안 저평가 중·소형주를 주목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이날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포스코 현대중공업 국민은행 삼성물산 등 4개를 뺀 모든 종목이 약세를 보이면서 대형주지수는 0.29% 빠진 반면 중형주지수와 소형주지수는 각각 0.12%와 0.09% 올랐다.

◆유상증자 중·소형주도 탄력

대형주 '숨고르기' … 중소형주 "이젠 내 차례"
중·소형주 강세는 올 들어 유상증자를 실시한 종목들의 주가흐름에서도 확인된다.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한 날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주가가 오른 중·소형주는 KDS 프리네트웍스 동해펄프 신일산업 한솔텔레컴 아티스 케이엠에이치 경인양행 코스모화학 청호전자통신 케이아이씨 그린화재보험 진흥기업 백광산업 등 14개에 달한다.

진흥기업이 지난 1월28일 공시 이후 51.36% 오른 것을 비롯 11개 종목이 10%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통상 유상증자는 물량 부담이 커지는 만큼 주가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유통 주식 수가 적은 중·소형주는 오히려 투자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계기로도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로 모인 자금이 투자로 이어져 향후 성장동력이 강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며 "다만 유상증자 추진 종목에 투자할 때는 증자 목적이 시설투자와 같은 미래 성장기반 확충 등인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커져 대형주가 프로그램 매매에 휘둘리고 있는 것과 달리 중·소형주는 프로그램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