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얼마 정도면 사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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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아파트 공급시장에서 매수자의 힘(Buying Power)이 기세를 올리고 있다.
미분양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수요자들이 분양가 할인을 이끌어내거나 이자후불제 등 각종 금융혜택도 당연하게 챙겨간다.
청약시장이 그동안 철저하게 공급자 위주로 형성됐던 것과는 딴판이다.
주택이 모자란 탓에 수요자들은 공급자의 손에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신원종합개발이 서울 동작구 상도동 인근에서 882가구를 분양 중인 '신원아침도시'는 미분양물량에 대해 분양가를 10% 내린다.
지난 1월에 입주자를 모집한 신원아침도시는 83~112㎡형은 순위 내 청약을 마쳤지만 148㎡형 이상은 10%에 못 미치는 분양성적을 기록했다.
이번 분양가 인하로 111~112㎡형은 3.3㎡당 2100만원에서 1900만원으로,148~151㎡형은 2300만원에서 2100만원으로 200만원 정도 내렸다.
특히 계약금의 10%만 납부하면 입주시까지 큰 부담없이 분양을 받을 수 있다.
매수자의 외면을 참지 못한 신원종합개발은 기존 계약자와의 형평시비를 무릅쓰고 분양가 할인 카드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신원종합개발 관계자는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이미 계약을 마친 사람들에게도 할인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경기도 평택 용이지구에서 반도유보라 분양에 나선 반도건설도 청약자가 단 1명에 불과하자 재분양에 나서기 전에 거꾸로 수요자들에게 희망가격을 물어보기까지 했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인근 부동산중개업자 등을 불러모아 모델하우스를 보여주고 수요자들이 얼마 정도면 사겠냐는 의견을 물어봤다"며 "소비자들의 힘에 대항하면 분양실패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서울 강남권도 예외는 아니다.
계룡건설이 서울 도곡동에 짓는 리슈빌파크는 이자후불제를 고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소비자의 경우 음성적인 방식으로 분양가를 깎아달라고 하거나 옵션 품목을 무료로 설치해달라고 요구해 받아내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매수자 파워가 높아진 것은 미분양 사태 영향이 크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4월까지 서울 등 수도권에서 분양된 아파트 가운데 순위 내 청약을 마친 단지는 80개 중에서 13개(16%)에 불과했다.
지방에서 63개 단지 가운데 6개 단지(10%)가 청약을 마감한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자금 사정이 어려운 주택업체들이 다양한 방식을 통해 분양가를 내려주면서 소비자들은 '기다리면 깎아준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신규분양이 아닌 거래시장은 이미 매수자 우위시장으로 돌아선 지 오래다.
박상언 유엔알 컨설팅 사장은 "공급업체가 일방적으로 제시한 분양가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겠다는 수요자들의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지방 분양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 요지의 아파트라도 청약자 우위시장에서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미분양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수요자들이 분양가 할인을 이끌어내거나 이자후불제 등 각종 금융혜택도 당연하게 챙겨간다.
청약시장이 그동안 철저하게 공급자 위주로 형성됐던 것과는 딴판이다.
주택이 모자란 탓에 수요자들은 공급자의 손에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신원종합개발이 서울 동작구 상도동 인근에서 882가구를 분양 중인 '신원아침도시'는 미분양물량에 대해 분양가를 10% 내린다.
지난 1월에 입주자를 모집한 신원아침도시는 83~112㎡형은 순위 내 청약을 마쳤지만 148㎡형 이상은 10%에 못 미치는 분양성적을 기록했다.
이번 분양가 인하로 111~112㎡형은 3.3㎡당 2100만원에서 1900만원으로,148~151㎡형은 2300만원에서 2100만원으로 200만원 정도 내렸다.
특히 계약금의 10%만 납부하면 입주시까지 큰 부담없이 분양을 받을 수 있다.
매수자의 외면을 참지 못한 신원종합개발은 기존 계약자와의 형평시비를 무릅쓰고 분양가 할인 카드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신원종합개발 관계자는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이미 계약을 마친 사람들에게도 할인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경기도 평택 용이지구에서 반도유보라 분양에 나선 반도건설도 청약자가 단 1명에 불과하자 재분양에 나서기 전에 거꾸로 수요자들에게 희망가격을 물어보기까지 했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인근 부동산중개업자 등을 불러모아 모델하우스를 보여주고 수요자들이 얼마 정도면 사겠냐는 의견을 물어봤다"며 "소비자들의 힘에 대항하면 분양실패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서울 강남권도 예외는 아니다.
계룡건설이 서울 도곡동에 짓는 리슈빌파크는 이자후불제를 고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소비자의 경우 음성적인 방식으로 분양가를 깎아달라고 하거나 옵션 품목을 무료로 설치해달라고 요구해 받아내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매수자 파워가 높아진 것은 미분양 사태 영향이 크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4월까지 서울 등 수도권에서 분양된 아파트 가운데 순위 내 청약을 마친 단지는 80개 중에서 13개(16%)에 불과했다.
지방에서 63개 단지 가운데 6개 단지(10%)가 청약을 마감한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자금 사정이 어려운 주택업체들이 다양한 방식을 통해 분양가를 내려주면서 소비자들은 '기다리면 깎아준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신규분양이 아닌 거래시장은 이미 매수자 우위시장으로 돌아선 지 오래다.
박상언 유엔알 컨설팅 사장은 "공급업체가 일방적으로 제시한 분양가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겠다는 수요자들의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지방 분양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 요지의 아파트라도 청약자 우위시장에서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