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라(산드라 블록)는 소프트웨어의 에러나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분석하는 컴퓨터 전문가.

내성적인데다 사람 만나는 걸 꺼려 집에서 혼자 일한다.

어느날 한 장의 디스크에 감춰진 비밀을 알게 되면서 그는 범죄자로 몰린다.

동료는 죽고,신분을 확인해줄 여권과 신용카드는 없어졌다.

아무도 그의 존재를 입증해주지 않는다.

가족 없이 홀로 지낸데다 피자도 인터넷으로 시켜먹는 등 밖에 나가지 않고 이웃과도 단절된 채 집안에 틀어박혀 지낸 탓이다.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지 않고 컴퓨터로만 소통하는 디지털 사회의 위험을 경고했던 영화 '네트(Net,1995년)'다.

1985년 66만명 정도였던 '나홀로 족'(1인 가구)이 5월 말 현재 총인구(4860만명)의 10%가 넘는 490만∼5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네트'가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나홀로족이라도 경우는 모두 다르다.

결혼한 자식 눈치 보기 싫어 따로 사는 노인,결혼하라는 부모의 성화가 싫어 독립한 미혼 남녀,이혼한 사람 등.

1인 가구만 나홀로족인 것같지도 않다.

한집에 살아도 남남처럼 지내는 수가 허다한 까닭이다.

식구마다 휴대폰을 사용하니 누가 누구를 만나고 뭘 하는지 알 길 없다.

가족이래봤자 서로 생각과 행동반경을 모르니 얘기할 거리가 거의 없다.

그러니 집에 와도 말없이 각자 따로 움직인다.

엄마는 연속극,아빠는 신문이나 인터넷,아이들은 게임에 매달리는 식이다.

그렇다고 남들과의 소통에 능한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말도 해야 늘고 사람도 자주 만나야 스스럼이 없어지는데 그렇지 않으니 어쩌다 말하려면 쑥스럽고 오랜만에 만나려면 계면쩍고 부담스러워 피하게 된다.

함께 지내노라면 상처받고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그러는 동안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고 내 삶도 돌아보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외로움은 두려움을 낳고 두려움은 증오로 이어지기 쉽다.심리학자 리처드 라이언은 "행복은 일체감에서 온다.

자유는 좋지만 관계는 더 좋다"고 말했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