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물가급등으로 가계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자 소비자들이 통신비 지출부터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가계의 목적별 최종소비지출(실질.계절조정) 가운데 통신비와 가계시설 및 운영 지출, 두 항목만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휴대전화 구입비와 요금, 인터넷 이용료 등을 포함한 통신비 지출은 올해 1분기에 7조4천697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0.3% 감소했다.

가계의 통신비 지출은 지난해 1분기 0.9%, 2분기 1.5%, 3분기 2.1%, 4분기 4.5%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으나 이번 분기 들어 감소세로 전환됐다.

통신비 지출이 전분기보다 줄어든 것은 2006년 1분기 (-2.5%) 이후 2년 만이다.

한은 관계자는 "휴대 전화 단말기 구입 등은 늘어났으나 데이터를 다운로드 받는 등 별도의 요금이 들어가는 부가서비스 이용이 줄면서 전체 통신비 지출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무선 및 부가통신 서비스의 지출이 줄면서 전체 통신업의 성장세에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1분기 통신업은 0.9%(전기 대비) 성장하는 데 그쳐 전분기(1.9%)의 절반 밑으로 떨어졌다.

가계시설 및 운영에 대한 지출은 1분기 4조1천56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9% 준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시설 및 운영 지출에는 벽지 교체 등과 같은 소소한 집수리 비용이 포함되는데,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수리비가 많이 오른 데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주택거래도 뜸해 집을 수리할 유인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이외에도 외식을 줄이면서 음식.숙박업 지출이 전분기 1.1%에서 0.4%로 둔화했고, 병원에 가는 횟수도 줄여 의료 및 보건 지출도 1.9%에서 0.3%로 크게 둔화했다.

반면 문화오락비 지출은 전분기 0.6%에서 2.9%로 크게 상승했고 교통비도 0.4%에서 3.4%로 급증했다.

한은 경제통계국의 신창식 차장은 "LCD TV 가격이 떨어지면서 신혼부부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해 문화오락비가 늘어났으며 교통비의 경우 유가 급등으로 자동차 이용은 줄였지만 자동차 업체에서 연초 새로운 차종을 출시하면서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쳐 많이 팔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