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은 3일 금리와 환율이 모두 비우호적이라며 기대심리를 낮춰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전방위로 증시를 압박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일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비 0.8%, 전년동월비 4.9%를 기록했는데, 7년래 최고 수준인 데다 유가상승이 공산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전이되고 있어 앞으로 물가의 오름세는 더욱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게다가 전일 국고채 3년물 금리가 5.54%로 약 5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바람에 채권과 주식의 수익률 격차(Yield Gap)도 2.7%P 언저리까지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물가 압력이 당분간 거세질 수밖에 없다면 당면 문제는 주식이냐 채권이냐가 아니라, 그 상위의 카테고리인 화폐자산(paper asset) 대 실물자산(real asset), 더 나아가서는 전반적인 디리버리지(deleverage:차입 해소) 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이코노미스트 등 유수의 경제지들은 신흥시장이 글로벌 물가 앙등과 미국 경기침체에 상당 부분 책임이 있다며 기준금리를 조속히 상향 조정하거나 자국 통화를 절상하지 않으면 70년대 선진국들이 겪었던 하이퍼 인플레의 재난이 되풀이 될 것을 경고했다고 전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하이퍼 인플레는 금융 시스템 자체가 마비되는 극단의 상황이라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문제는 물가 불안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긴축, 즉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는 주목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기부양과 금리인하가 시장의 최대 이슈였지만 이제는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냐는 논쟁이 일고 있으며, 전날 시중 금리가 급등한 것은 이러한 우려를 선반영한 것이라는 추정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미 외환시장까지 이러한 시나리오를 반영해 움직이고 있다고 봤다.
그간 IT와 자동차 등 수출주들의 구세주 역할을 담당했던 원/달러 환율은 전일 1022.7원까지 큰 폭 하락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책당국은 원화약세를 유도해 수출로 경기부양의 활로를 찾고자 했지만, 이제는 인플레를 잡는 문제가 더 급해 반대로 원화 강세를 유도해야 할 판”이라는 시각이다. 그래야 유가 앙등의 충격을 조금이라도 덜고 수입물가를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물론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미국 기준금리가 올 하반기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져 환율 하락세가 오래 지속되진 않겠지만 ‘환율을 잡자니 인플레가 울고, 인플레를 잡자니 환율이 우는’ 이러한 사면초가의 상황이라면 환율 움직임이 시장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긴 힘들어 보인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이로 인해 시장 변동성이 당분간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봤다.

게다가 최근 앙등하는 글로벌 물가 불안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 우려로 각국 중앙은행들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물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결국 통화정책이지만 최근 6개월간 금리를 0.5%p 이상 올린 국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이는 결국 하반기에 전반적인 글로벌 통화긴축이 나타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부분이라고 풀이했다.

지난 주 발표된 4월 산업활동동향 지표와 전날 발표된 1 분기 GDP(국내총생산)는 모두 우리 내수 경기가 지속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경기도, 환율도, 금리도 기댈 곳이 없다면 잠시 쉬어가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