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영어교육 열기는 뜨겁지만 실제 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의 영어실력은 여전히 세계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영어인증시험인 IELTS(아이엘츠)를 공동 개발, 관리하고 있는 영국문화원과 호주 IDP 에듀케이션,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은 지난해 전세계 IELTS 응시자 수를 기준으로 상위 20개국의 성적을 분석한 결과를 3일 발표했다.

IELTS측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듣기, 읽기, 쓰기, 말하기 4개 부문 중 말하기 부문에서 바닥권인 19위를 차지해 말하기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민 및 직업연수 목적의 제너럴 트레이닝 모듈(General Training Module, 이하 이민 및 직업연수 목적의 시험)과 유학을 위한 아카데믹 모듈(Academic Module, 이하 유학 목적의 시험)에서 우리나라 말하기 평균점수는 9점 만점에 각각 5.21점과 5.61점으로 19위와 18위를 기록했다.

지난 2006년 이민 및 직업연수 목적의 시험 평점은 5.31점으로 19위, 유학 목적의 시험은 5.77점으로 14위에 그친 것과 비교할 때 영어실력은 1년 사이에 오히려 더 떨어진 셈이다.

이같은 점수는 자신이 원하는 내용에 대해 기본적인 의사소통만 가능한 수준으로, 전반적인 내용 이해는 가능하나 오해나 실수가 많으며 유창함이 결여된 경우로 평가된다.

유학 목적의 시험에서 일반적인 대학 입학 가능 조건은 6.0~6.5점. 우리나라 응시자들의 평점은 여기에도 부족하다.

우리나라 응시자들은 말하기 외 다른 세 영역에서도 전체적으로 낮은 성적을 받았다.

지난해 국내 IELTS 응시자 수는 2만여 명으로 많은 편이었지만, 평균점수는 하위권에 속했다. 이민 및 직업연수 목적의 시험은 듣기-일기-쓰기-말하기 모두 18위와 19위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전체 평균은 5.21점이었다. 유학 목적의 시험에서는 각 부문 12-10-16-18위, 평점 5.71점으로, 이민 및 직업연수 목적의 시험 응시자들에 비해서는 다소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처럼 성적이 대체적으로 뒤쳐진 반면, 유학 목적의 시험 읽기 부문에서는 5.88점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10위를 차지했다.

한편 전체 순위에서는 이민 및 직업연수 목적의 시험에서는 남아프리카가, 유학 목적의 시험에서는 독일이 1위에 올랐다. 말레이시아는 이민 및 직업연수 목적의 시험과 유학 목적의 시험에서 모두 3위권 안에 들었다.

아시아 지역에서 성적이 우수한 나라는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홍콩 등으로 조사됐다.

중국은 이민 및 직업연수 목적의 시험에서 우리나라보다 높은 5.77점을 받았지만 유학 목적의 시험은 5.45점으로 낮았다. 성적이 가장 저조한 나라는 아랍에미리트였다. 이곳 응시자들의 평균점수는 이민 및 직업연수 목적의 시험 4.53점, 유학 목적의 시험 5.10점으로, 두 영역 모두 꼴찌를 면치 못했다.

이와 관련 IELTS 관계자는 “사교육 시장이 확대되고 조기교육 열풍이 점점 거세지지만 성적은 제자리 걸음"이라며 "영어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적이 좋지 않다는 것은 교육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