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미래는 브랜드 이미지에 달려있다."

지난 몇 년간 LG그룹 계열사들은 '이미지 경영'에 힘쏟아왔다.

품질과 가격,기술만으로는 경쟁사를 앞도하기 힘들다는 판단 아래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데 주력한 것.이미지 경영의 성과는 지난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LG그룹은 지난해 LG전자,LG화학 등 소비재를 생산하는 주력 계열사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실적을 올린 이유 중 하나로 '이미지 경영'을 꼽고 있다.

브랜드 파워를 높인 뒤 고가의 고급스러운 제품들을 판매하는 방식을 쓰면서 이익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LG그룹은 지난 3월 통일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브랜드 정체성ㆍBI) '사랑'을 선포했다.

고객이 LG 브랜드에 갖고 있던 다양한 이미지를 하나로 통합해야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판단한 것.

계열사들은 그룹 BI인 '사랑'을 바탕으로 제품을 디자인하고 있다.

광고와 마케팅,사회공헌(CSR) 활동 등도 BI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LG는 ㈜LG,LG전자,LG화학,LG텔레콤 등 13개 자회사의 브랜드 담당 임원으로 구성된 '브랜드 협의회'와 부장급 실무 책임자 모임인 '브랜드 실무위원회'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조율하고 있다.

구본무 회장은 2006년 신년사에서 "고객의 감성을 사로잡는 디자인을 통해 LG가 최고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힌 뒤 매년 LG전자와 LG화학의 디자인센터를 방문, 계열사들의 디자인 전략을 직접 점검하고 있다.

디자인이 기업 이미지를 바꾸는 핵심적인 요소라고 판단한 것이다.

올해 LG그룹은 지난해보다 120억원 늘어난 1000억원을 디자인 부문에 투자하고 디자인 관련 인력도 640명에서 700명으로 확충했다.

디자인 인력에 대한 대우도 좋아졌다.

LG전자는 지난 5월 디자인 인재 3명을 '슈퍼디자이너'로 선정했다.

슈퍼디자이너가 되면 최고의 디자이너라는 명예와 임원급 연봉을 받는다.

현재 LG전자는 최근에 선정한 3명을 포함,총 5명의 슈퍼디자이너를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미지 경영'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LG전자는 최근 유니레버 출신 레지날드 불씨를 CHO(최고인사책임자)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외국인을 부사장급 인사 책임자로 임명한 것은 국내 기업 가운데 LG전자가 처음이다.

더모트 보든 부사장(마케팅),토마스 린튼 부사장(구매),디디에 쉐네보 부사장(공급만 관리) 등 모두 4명의 외국인이 최고 경영진으로 일하게 됐다.

전 세계 주요 지역의 옥외 광고물 등을 통한 브랜드 알리기에도 적극적이다.

LG그룹의 옥외 광고물은 영국 런던 피카디리 광장,독일 베를린의 테겔공항 입출구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세계 주요 도시 곳곳에 설치돼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은 모스크바의 '발쇼이 까메니(거대한 돌) 다리'다.

크렘린궁 옆 모스크바강에 설치된 이 다리는 현지인들에게 'LG다리'로 알려져 있다.

1995년부터 최근까지 LG그룹의 광고물로 다리가 뒤덮여 있었기 때문에 생긴 별명이다.

스포츠 마케팅도 '이미지 경영'과 관련이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6월 프리미어 리그 풀럼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TV를 통해 전 세계로 방송되는 풀럼의 경기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LG그룹의 브랜드를 기억하게 된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해 6월 LPGA 메이저 대회인 맥도날드 챔피언십에서 노르웨이의 골프 유망주 스잔 페테르슨을 후원한 것도 성공적인 스포츠 마케팅 사례로 꼽힌다.

이 대회에서 페테르슨 선수는 LG로고가 부착된 옷을 입고 경기에 참가,우승을 차지했다.

LG그룹은 이 대회로 500억원이 넘는 광고 효과를 누렸다고 분석하고 있다.

북미지역에서는 'LG 액션스포츠 챔피언십' 대회와 'PGA 스킨스 게임' 등을 후원하고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