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연간 15조원(2005년 기준)을 영어 관련 비용으로 쓰고 있지만 '생활영어' 실력은 세계 20개국 중 19위를 기록해 최하위권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시험 대비용 '고비용-저효율' 영어 학습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활영어란 시험을 위한 영어와 달리 실제 유학이나 이민을 가서 현지에서 활용하는 말하기,듣기 위주의 영어다.

3일 영국문화원과 케임브리지대학이 주관하는 영어인증 시험인 IELTS가 2007년 응시자수 상위 20개국의 성적(Test-taker performance 2007)을 분석해 홈페이지(http://www.ielts.org)에 게재한 결과를 보면,한국은 이민ㆍ직업연수용 시험(GTM)에서 9점 만점에 5.21점을 얻어 19위에 그쳤다.

듣기(5.28점) 읽기(5.20점)는 각각 18위였고,쓰기(4.95점) 말하기(5.21점)는 각각 19위였다.

이민ㆍ직업연수용 시험에서 1위는 남아프리카공화국(7.46점)이 차지했다.

그 뒤를 싱가포르(7.01점) 말레이시아(6.90점) 브라질(6.43점) 인도네시아(6.26점)가 이었다.

중국(5.77점)은 13위,일본(5.52점)은 16위를 기록해 한국보다 순위가 높았다.

유학용 시험(AM)의 경우 한국은 전체 평균 5.71점으로 15위를 차지했다.

18위로 뒤처진 중국(5.45점)보다는 높았지만 11위를 차지한 일본(5.75점)보다는 낮았다.

유학용 시험에서는 독일(7.26점)이 1위를 차지했고,말레이시아(6.65점) 필리핀(6.58점) 러시아(6.48점) 홍콩(6.40점)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인들이 영어에 투자하는 관심과 비용은 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고 있어 비효율적인 학습 시스템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영어의 경제학)에 따르면 2005년 전 세계 토플 응시 인원(55만4942명) 가운데 한국인 응시자는18.5%(10만2340명)를 차지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학원 및 개인 교습 등 국내에서 이뤄지는 영어 관련 사교육비가 연간 14조원 이상"이라며 "토익,토플 등 영어 평가에도 7000억원 이상 소비하는 것을 감안하면 총 비용 15조원을 영어 관련 비용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학과 교수는 "한국의 말하기 점수는 기본적인 의사소통만 가능한 수준으로 전반적인 내용 이해는 가능하나 오해나 실수가 많고 유창함이 결여된 경우로 평가된다"며 "초ㆍ중ㆍ고교 영어 교수법을 개선하고 대학 내 영어 사용 환경을 조성하는 등 교육방식의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