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등학교 교사가 전하는 학생들의 처지는 딱하기만 하다.

아이들은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그야말로 쉴새없이 동동거리며 다닌다.

학교공부는 물론이고 영어,한자,논술,피아노,심지어는 체육까지 온갖 과외에 찌들대로 찌들어 있다.

그 중압감에 짓눌려 죽고 싶다는 얘기를 예사로 한다니 무엇인가 단단히 잘못된 모양이다.

아이들을 이토록 고통속에 몰아넣는 것은 다름 아닌 부모들이다.

성공과 사교육을 동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출간된 '대한민국은 사교육에 속고 있다'에서는 부모들의 이런 비뚤어진 사교육관을 비판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자녀들의 성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서'뿐이라고 강조하면서 격려하고,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도록 지도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호주의 한 학교에서는 어린이들 스스로가 미래의 자기 모습을 그리고,또 절제를 익히도록 지도한다.

감성이 예민한 시기에는 누구를 닮고 흉내내기를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이 시대의 영웅들을 교실안의 멘토로 끌어 들인다.

영화나 만화 주인공,가수,배우,운동선수 등이 대상인데 어린이들은 멘토의 옷을 입고,그들의 특징대로 행동한다.

수업분위기가 활기에 차면서 학습효과가 그만이라고 한다.

과외공화국에 살며 피곤에 찌든 대도시의 우리 아이들과는 대조적이다.

우리 초등학생들은 오직 진학을 위한 학과공부에만 매달리다 보니 수업 흥미도는 되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엊그제 발표한 '국내외 교실 학습 연구'결과를 보면 우리 초등학생들이 영국과 프랑스,일본 등의 학생들에 비해 수업 흥미도가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수업 흥미도 저하는 저조한 학습참여와 학습환경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두말할 나위 없이 학교는 아이들이 삶을 즐기는 방법을 배우는 도장이어야 하고 또래들과 어울려 노는 마당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학습량부터 줄여야 하지 않을까.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