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한 법인소득 보고 의무 강화 계획을 백지화할 전망이다.

영국에서 활동 중인 글로벌 기업들이 세금 부담을 우려,세율이 낮은 아일랜드 스위스 두바이 등으로 잇따라 본사를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4일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오는 7월까지 확정할 예정인 법인세 개정안에 다국적 기업의 법인소득 보고 의무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이와 관련,앨리스테어 달링 영국 재무장관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다국적 기업들이 국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세제개편을 위해 공무원들과 기업 대표들로 구성된 준비팀을 발족했다"고 밝혔다.

당초 영국 정부는 다국적 기업들이 해외사업으로 거두는 수익에 대한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기업들이 해외에서 올리는 이익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소득 신고 의무를 강화할 계획이었다.

유럽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의 상당수가 지역본부를 영국에 두고 있고,영국 기업들도 해외사업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는 게 배경이 됐다.

이에 대해 글로벌 기업들은 사무업무 비용 등이 늘어난다며 반발해왔다.

실제로 지난 4월 영국 제약회사 샤이어와 출판사 유나이티드 비즈니스미디어가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로 본사를 옮긴다고 발표했으며,인터내셔널파워(전력) WPP(광고) 아스트라제네카(제약) 글락소스미스클라인(제약) 등도 본사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

샤이어와 유나이티드 비즈니스미디어는 "글로벌화에 따라 회사 수익의 절반 이상을 영국 이외에서 올리고 있어 아일랜드로 본사를 옮기는 게 세제상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다국적 기업들의 해외 탈출이 이어지자 영국 정부로선 백기를 든 셈이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