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생보사들이 외화내빈의 속앓이를 하고 있다.

외형이 늘어나고 있지만 과도한 마케팅 비용 지출 등으로 수익이 급속히 악화돼 본사에서 긴급 자금 수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4일 금융감독원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2007회계연도(2007년 4월~2008년 3월) 외국계 생명보험사의 시장점유율은 21.4%로 처음으로 20%를 돌파했다.

외국계 생보사의 시장점유율은 1997년 1.0%,2000년 5.7%,2004년 15.6%,2005년 17.3%,2006년 19.1% 등으로 확대돼 왔다.

이 같은 시장점유율 확대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오히려 나빠졌다.

외국계 1위인 ING생명은 2007회계연도 당기순이익이 전년(1130억원)에 비해 69.3% 감소한 346억원으로 급감했다.

푸르덴셜생명은 1196억원에서 977억원으로 줄었다.

변액보험을 집중 판매하고 있는 메트라이프는 2006년 746억원의 흑자에서 지난해 47억원의 적자로 돌아섰고 PCA생명은 적자 규모가 2006년 280억원에서 384억원으로 확대됐다.

최근 공격적인 경영을 벌이고 있는 뉴욕생명 역시 적자 규모가 101억원에서 225억원으로 커졌다.

외국계 생보사의 수익 악화와는 대조적으로 국내 생보사들은 양호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삼성생명은 2007년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39.6% 증가한 7184억원을 나타냈으며 교보 4434억원(57.4% 증가),대한생명 3587억원(52.2%),신한생명 1342억원(8.5%),금호생명 851억원(95.1%),동양생명 819억원(25.2%)의 흑자를 각각 기록했다.

외국계가 국내사에 비해 수익성이 나빠진 것은 설계사 스카우트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사업비 지출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2007년 4월부터 12월 말까지 외국계 생보사들이 설계사 수당 등으로 지출한 사업비는 2조6793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7.3% 증가했다.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모 외국계 생보사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경쟁사의 한 지점에 있는 설계사를 모두 스카우트했다"며 "이 같은 사업비 증대가 수익 악화로 연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보험금 지급이 늘어나면서 위험률 차익률마저 떨어지고 있다.

위험률 차익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사고.질병 등으로 보험금 지급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늘어나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 가운데 실제 지급된 보험금 비중이 커졌다는 얘기다.

한 외국계 생보사 관계자는 "외형 확대를 위해 홈쇼핑이나 텔레마케팅에서 보험 판매를 확대함에 따라 언더라이팅(보험인수 심사)이 느슨해지고 그 결과 위험률 차익이 나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외국계 보험사들이 잇따라 자본 확충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수익 악화에 따른 지급여력 하락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ING생명이 4000억원의 증자를 단행한 것을 비롯 PCA생명 700억원,뉴욕생명 345억원,메트라이프 280억원,푸르덴셜생명 150억원,교보AXA 1000억원,다음다이렉트 500억원 등 외국계 보험사의 증자가 봇물을 이뤘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