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필훈 <서울대 치과대학 교수>

사공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을 경제 대통령,교육 대통령,의료 대통령으로 통하게 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경제 대통령이야 대선 전부터 익히 들은 것이지만 현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교육대통령으로,또 의료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하니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귀가 번쩍 뜨이는 대목이었다.

그 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 경제의 성장을 위한 MB노믹스의 목표와 기본 전략을 네 가지로 제시했다.

첫째 투자활성화,둘째 소비기반 확충,셋째 대외경쟁력 강화,넷째 신성장동력 발굴이 그것이다.

그 중 신성장동력 발굴은 R&D 투자 확대,첨단 보건의료 신성장 산업 발굴,서비스 산업 경쟁력 강화,인적자본 확충이 그 실천과제라 했다.

이는 결국 서비스 산업을 개발하는 것이다.

서비스 산업으로서 대외적인 국제 경쟁력이 있으면서 인적 자본 확충에도 부합하는 산업이 의료산업이고 이 의료산업을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의료 서비스 산업과 의료기기 산업이 된다.

이과계 학생 상위 0.5%의 우수 인력이 의료계로 오는 현실에서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좋은 인적 자원을 활용하는 서비스 산업에 눈을 돌려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 분야에 대해 국내 병원의 해외 환자 유인.알선 등 구체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정부는 이 분야를 장기 성장 단계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를 우선 시행 가능한 것부터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이는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의 표현대로 지식 혁신을 토대로 한 산업강국 선진화 7가지 방안에도 부합된다.

또 MB가 표방하는 규제개혁 이미지와도 맞기 때문에 첫 단추로 실현 가능한 규제부터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주는 것이 좋다.

가령 해외에 있는 환자(중국이라 가정하면)가 국내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자 할 때 국내에 들어오기 위해 필요한 서류가 얼마나 될까.

초청장(공증필요: 피초청자의 인적사항-영문성명,한자성명과 회사명,주소,담당자명,연락처 기재,법인인감 날인 필요)을 비롯해 초청 회사의 사업자등록증 사본,법인회사일 경우 법인등기부 등본 원본,인감증명 원본,초청업체와의 상용입증서류(구매 계약서,사업추진 의향서 또는 합동서,기타 거래실적 증빙서류-신용장 사본,수출입 면장,수출입 실적 확인서 등),초청인의 재직증명서 등 무려 12가지나 된다.

환자치료하기도 바쁜 의사가 언제 이 서류들을 만들며,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청장인데,이 초청장을 쓴 의사는 환자가 국내에서 어떤 문제가 있을 경우 민.형사상의 책임까지 져야 한다는 보장을 해야 한다.

어떤 의사가 생면부지의 외국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면서 초청장을 쓸 수 있을까.

실제로 국내 병원에서 중국에 있는 자식의 성형수술을 해주려던 한 어머니가 의사로부터 민.형사상의 책임을 진다는 초청장을 얻지 못해 수술을 하지 못한 사례가 있다.

신성장 동력 발굴이자 대외경쟁력 강화에 해당되는 이 의료 서비스 산업은 눈앞의 규제부터 현실화하는 것이 규제 개혁의 첫 걸음이 될 것이다.

특히 객관적으로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분야-주걱턱,코,얼굴 성형,치과 임플란트와 같은 분야는 기술적인 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인 데다 마침 한류 열풍도 있고 하니,이른 시일 안에 문제점들을 해결해 의료 개방화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태국의 외환위기를 해결해준 효자정책 중의 하나는 의료관광산업이다.

의료와 관광을 함께하는 의료 관광의 기본인프라는 못 만들 망정 간단한 규제 정도는 새 정부에서 해결할 수 있어야 의료산업 선진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