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중앙대 교수·경제학>

우리나라 경제가 물가는 치솟고 경기는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월 대비 4.9%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9% 증가에 그쳤으며 실질국민총소득은 1.2% 감소했다.

우리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내 몬 주범은 폭등하고 있는 원유 등 수입원자재 가격이고 공범은 최근 급격히 평가절하된 원화환율이다.

여기에 더해 유류비용 상승으로 원가가 높아진 모든 상품의 가격이 서서히 오르고 있어 물가상승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에 달할 가능성도 있다.

물가상승으로 실질소득이 감소한 가계는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유류소비는 물론이고 생활에서 중요도가 떨어지는 통신비 지출은 이미 감소세로 돌아섰고 앞으로는 자동차,가전제품 등 내구재와 생필품의 지출까지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말해 내수감소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경기침체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올해 GDP 증가율은 4%가 안 될 수도 있다.

고용사정도 크게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

원유가격을 비롯한 해외원자재가격이 반대로 급격히 하락하지 않는 한 이 같은 시나리오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는 새정부가 약속한 7% 성장,매년 30만명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먼 수치로 국민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은 대부분 대외적인 요인으로 정부의 통제가능 영역 밖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거시경제 정책이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평가절하를 통한 수출증대로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구시대적이고 단세포적인 정책이 사태를 악화시켰다.

정책당국자는 외환시장의 흐름을 면밀히 살펴보고 환율이 단기적으로 급격히 변동할 때에 한해,구두로건 행동으로건 제한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정부 당국자가 시장 환율을 근본적으로 재조정하려는 시도는 성공하기 힘들다.

특히 물가상승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상승을 도모하는 것은 수출증대 효과보다는 물가상승을 가속화시키고 내수를 침체시키는데 일조하게 된다.

불붙은 데 기름 끼얹는 격이다.

필자는 이미 지난 3월 본 칼럼을 통해 정부의 고환율정책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정부는 이제 와서 환율을 안정시키려고 방향전환을 하고 있다.

그러니 시장은 더욱 혼란스럽기만 하다.

정부정책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킨 것은 환율뿐만 아니다.

금리를 가지고 결정권자인 한국은행과 공개적으로 대립각을 세운 것도 금융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여기다 추경편성문제를 놓고 관련법 개정권을 가진 한나라당과 벌인 설전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이러한 팽창적인 정책을 내세운 것은 신정부 들어 경제를 살리겠다는 조급증에 기인한 바가 크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시장의 불확실성 증대로 기대 인플레이션은 필요이상으로 더욱 높아졌다.

이로 인해 물건 값은 더욱 오르게 되고 노동자의 봉급인상 요구도 커지게 된다.

이미 노동계는 이 문제로 투쟁의 의지를 다지고 있어 올해 노사협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효과적인 경제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시장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 정책당국자는 시장 위에 군림하는 사고에서 시장을 존중하는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경제정책의 시야를 넓혀,단기적 성과달성이라는 조급증에서 벗어나,장기적 점진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선진노사관계를 정립하며 대외개방에 노력을 경주해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