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수 < 예당아트TV 대표·가수 sungsooc@yedang.co.kr >

살기 위해 먹을까,먹기 위해 살까.

필자는 먹기 위해 사는 쪽이다.기왕이면 잘 먹고,좋은 것을 먹으려고 한다.

먹는 것이야말로 도락의 으뜸이요 문화의 기본이다.

가수로 활동할 때는 지방과 해외 공연을 자주 다녔다.공연을 가면 현지에 있는 분들이 제일 맛있고 유명한 음식점으로 안내하곤 했다.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지역 최고의 맛집과 그 고장의 문화를 알 수 있으니.'기왕이면 좋은 것을 즐기자'는 생각이 몸에 밴 필자는 어디 가서 맛없고 성의 없는 식사를 할 때면 화가 난다.식탐을 하는 게 아니다.

한창 바쁘게 뛰던 시절 밥 먹을 시간이 없어 굶거나 대충 때울 때마다 왜 이렇게 사나 싶어 음식에 신경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맛있다는 집이 있으면 몇 시간이 걸려서라도 날 데리고 가셨다.

그리고 아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으셨다.

그래서일까.

나도 식객처럼 맛집을 찾아 다니길 좋아한다.

미국 유학 시절엔 푸드 채널을 보며 요리 만드는 걸 즐겼다.

때론 학교 후배들을 불러 음식을 차려 주고 맛에 대한 그들의 반응을 살피곤 했다.

지금도 필자는 요리에 빠지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요새 TV를 보면 요리 잘하는 남자 탤런트들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특히 마에스트로 정명훈 선생이 쓴 이탈리아 요리책을 보면 그 분의 요리 사랑과 가족 사랑이 깊이 다가온다.

전통적 가부장 제도의 영향으로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면 안 되고,음식 얘기는 여자들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세상이 많이 변했다.이젠 앞치마 두르고 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가장 행복해 보이니 말이다.

먹을 게 풍성한 세상이다.

모두에서 말한 것처럼 먹기 위해 사는 필자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한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먹을 게 없어 진흙 쿠키를 먹는 아이들도 있고,지진과 태풍에 모든 걸 잃어버려 끼니를 때우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주위만 둘러봐도 점심을 거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다행히 이들의 허기를 채워 주기 위해 밥퍼 봉사활동을 하거나 푸드 뱅크를 운영하는 분들이 있어 온정이 느껴진다.

먹고 사는 문제는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다.맛있게 먹고 행복을 느낄 때마다 밥퍼 봉사는 못할지라도 굶주리는 사람을 생각하고 배려할 수 있다면 '마음의 배'도 부르지 않을까.남기고 버려지는 음식을 볼 때면 배고픈 이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하다.오늘 밤엔 아이들을 위해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주고 싶다.

그리고 '마음의 배'를 채우는 방법도 알려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