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3일(현지시간) 몬태나와 사우스다코타주를 끝으로 막을 내린 5개월간의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리턴 상원의원을 꺾고 승리했다.

오바마는 이날 CNN 집계 결과 선출직 대의원과 당연직인 '슈퍼 대의원'을 합쳐 2156명의 대의원을 확보했다.

오바마는 슈퍼 대의원을 포함해 25명과 23명의 대의원이 걸린 몬태나와 사우스다코타주에서 각각 16명과 12명의 대의원을 추가,민주당 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넘버인 2118명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관심은 오는 11월4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검은 혁명'이 완성될 것인가에 쏠려 있다.
[민주경선 오바마 승리] 'Black Power' 오바마 White House 주인될까
◆변화와 희망의 목소리 통했다

"경선이라는 역사적인 긴 여정을 마치는 것은 새롭고 보다 나은 미국을 가져올 또 다른 여정의 시작을 의미한다."

오바마 상원의원은 이날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열린 경선 승리 선언식을 통해 다시 한번 '담대한 희망'을 설파했다.

첫 흑인 대통령을 최종 목적지로 한 출정가였다.

46세의 정치 초년병인 그가 첫 흑인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것만으로도 이미 미국 역사의 새로운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가 내건 변화와 희망의 기치는 미국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백인 인구가 압도적인 아이오와 경선에서 첫 승을 낚은 게 심상찮은 돌풍을 예고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주류 언론은 물론이고 백인 지식인층 대부분이 힐러리 대신 오바마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오바마 의원은 정치와 거리를 두었던 10대 후반과 20대 젊은이들을 정치현장으로 끌어들이는 마력을 뿜어냈다.

선거자금 중 80%를 온라인으로 모금하면서 잇따라 신기록을 갈아치운 대목과 기부자 중 약 3분의 2가 처음 정치자금을 냈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1972년부터 셜리 치숌 전 연방 하원의원,인권운동가 출신인 잭슨 목사 등 6명의 흑인 지도자들이 대권에 도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일곱 번째 도전자인 그가 백악관에 입성한다면 미국은 건국 232년 만에 첫 흑인 대통령을 배출하게 된다.

◆포용의 정치로 기선 잡는다

오바마 의원은 변화와 희망의 첫 메시지로 포용의 정치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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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선 승리 행사에서 자신 때문에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 꿈을 접게 된 힐러리 의원에 대해 "지금까지 다른 여성들이 하지 못한 일을 했을 뿐만 아니라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에게 용기와 영감을 준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와 경쟁하는 영광을 가졌기에 더 좋은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치켜세웠다.

행사장에 모인 지지자들도 장기간의 경선 후유증 탓에 당 분열을 우려한 듯 '화합을 위한 민주당원들''이제는 화합해야 할 때''민주당이여 단결하라' 등을 외쳐댔다.

한 자원봉사자는 "오바마는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고 미국 사회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사람"이라며 "힐러리와 오바마가 힘을 합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 오바마 의원은 경쟁자의 핵심 지지자들을 적극 끌어안는 행보에 나서면서 대선 승리라는 한 편의 새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힐러리 의원을 위해 일했던 주요 자금 모금가나 정치인,정책 자문관들에게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 대상 리스트에는 리언 파네타 전 백악관 비서실장,선거운동 전 책임자이던 패티 솔리스 도일,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도 포함됐다.

여성과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다.

주요 자금 모금가 역시 힐러리 의원이 허락하면 언제든지 오바마 진영을 돕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