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을 더 많이 준다고 다른 회사로 옮기면 고객과 맺은 평생 약속을 저버리게 되는 거죠."

보험 세일즈맨의 '명예의 전당'으로 불리는 '백만달러원탁회의(MDRT)' 종신회원인 임재만 푸르덴셜생명 라이프플래너(LP.49)는 "돈을 더 버는 것보다 고객과의 약속이 인생에서 더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MDRT는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본부를 두고 1927년 출범한 설계사들의 자발적인 모임에서 시작됐으며 종신회원은 MDRT가 정한 자격을 10년 이상 달성할 때 얻는 최고 영예다.

올해의 경우 MDRT 자격은 신규 보험료 1억8600만원 이상을 유치해야 주어진다.

회원수는 2007년 현재 전 세계 3만5000명,한국 2057명이다.

이 가운데 MDRT 종신회원은 한국에 10명뿐이다.

그 중 5명이 푸르덴셜생명 소속.임재만씨를 비롯해 윤대원(49) 김준기(46) 황근하(45) 서희덕(48)씨가 그들이다.

이들은 모두 수십 차례의 스카우트 제의를 거부하며 푸르덴셜생명에서 고객과 함께 둥지를 틀고 있는 의리의 세일즈맨이다.

"어떻게 MDRT 종신회원의 반열에 올라섰느냐"는 질문에 윤대원 LP는 "고객과의 약속만 잘 지키면 된다"고 말했다.

황근하씨는 "종신보험은 가장의 사망 리스크를 평생 관리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고객에게 판매하는데 다른 회사로 이동하면 고객과의 약속을 깨는 것이다.

도덕적으로 용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험 세일즈맨은 사명감과 함께 의리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객에 대한 의리,동료에 대한 의리,가족에 대한 의리를 지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MDRT 종신회원들의 요즘 주된 일과는 계약 보전 업무다.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한 서류를 챙기고,고객을 찾아 병원을 방문하고 계약내용을 변경해 서류를 수정 전달해 준다.

커미션이 떨어지는 신규 고객 발굴이 아니라 기존 고객에 대한 애프터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이들이 현재 관리하는 고객은 각각 1000명에 달한다.

임재만씨는 "종신보험을 팔면서 제가 받은 수수료에는 보전 업무까지 해주겠다는 암묵적인 약속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우수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 회사에서 10년 이상 꿋꿋이 일하면서 직업윤리와 실적까지 겸비한 이들이야말로 고객과 함께하는 설계사 중의 설계사"라고 평가한다.

사실 보험업계에는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이 끊이지 않는다.

영업의 성패가 유능한 설계사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생보사 관계자들은 "전문 설계사를 육성하려면 적어도 5년 이상이 걸리는데 하루 단위로 실적 경쟁을 하는 마당에 그럴 여유가 없다"며 "돈을 주고 설계사를 빼앗아 오는 게 이기는 게임"이라고 털어놓는다.

이런 보험업계의 풍토 속에서 한우물을 파는 MDRT 종신회원들이 더 빛난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