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최근 90개 소비재 품목의 수입가격을 공개한 것이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관련 수입업체들은 원가의 최대 7배까지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비쳐진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선 통상마찰 우려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다.

과연 수입업체들은 폭리를 누리고 있는 것인지 상세히 알아보자.

◆"유통비용 무시한 일방적 가격"

수입업체나 유통업체들은 관세청이 물가 안정을 겨냥해 수입원가를 공개한 것 자체가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한다.

최종 판매까지 마케팅.물류.인건비 등 유통단계 비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어서 수입원가 공개만으로 가격 인하를 유도할 수 없다는 얘기다.

수입업체들이 내놓은 가격 구성 내역을 보면 수입원가의 몇 배씩 폭리를 취하기 어려운 구조다.

관세청이 발표한 뉴질랜드 산양분유의 평균 수입가격은 ㎏당 2만2341원인데 시중 판매가격 4만6800원(800g)은 두 배 이상이지만 그 차액이 모두 마진은 아닌 것이다.

해당 수입업체 관계자는 "대형마트.백화점 등에 지급하는 판매수수료(25~28%) 부가세(10%) 등을 감안하면 실제 영업이익률은 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프리미엄급 위스키 17년산(700㎖)의 판매가격은 수입가격(4만3500원)의 세 배인 12만~13만원.하지만 외국계 수입업체들은 관세청의 수입가격 발표에 대해 불쾌하다면서도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물류비 인건비 마케팅비와 중간 유통과정 등을 무시한 일방적인 가격"이라고 지적했다.

◆"수입의류 영업이익률 10% 미만"

리바이스，캘빈클라인 등 청바지와 나이키，아디다스，푸마 등 운동화 수입업체들도 영업이익률은 10% 미만이며 유통업체 수수료 비중이 훨씬 크다고 항변한다.

푸마 관계자는 "소비자가격 중 백화점 수수료와 판매점(대리점) 수익으로 들어가는 부분만 45%"라며 "나이키，아디다스보다 가격대가 낮은 편이라 이익률도 높은 게 아니다"고 말했다.

시중에서 19만원에 팔리는 캘빈클라인 청바지도 백화점 수수료，로열티，인건비，마케팅비를 빼면 순수 이익은 3% 안팎이라는 게 수입업체의 설명이다.

수입 쇠고기도 마찬가지다.

호주산 냉동갈비의 경우 ㎏당 판매가격(1만6000원)은 수입가격(6000원)의 세 배를 넘는다.

하지만 판매가격에서 대형마트 수수료(30%) 물류비(6.5%) 판매관리비(16%) 등을 제외하면 영업이익률은 10% 안팎이다.

호주산 쇠고기 수입업체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유통업체들의 수익을 감안하지 않고 수입업체만 폭리를 취하는 것으로 생각해 안타깝다"며 "유통비용 문제부터 지적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통상마찰 소지 없나

업계 일각에선 관세청의 수입원가 공개가 통상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현행 관세법에는 관세청이 통관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관세 부과,관세범 처벌 이외에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이름과 원가를 공개하는 것 자체를 해외 본사에서 문제 삼을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김진수/장성호/안상미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