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기업들의 주주배정 유상증자가 기존 주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0만주에 대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한 ST&I글로벌(옛 파라웰빙스)은 불과 173만723주만이 청약되며 실권율이 91.3%에 달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주당 발행가액을 당초 제시했던 860원에서 750원으로 낮췄지만 주주들의 마음을 끄는 데는 실패했다.

1주당 0.71주를 배정하는 유상증자를 실시한 싸이더스도 이날 발행예정주식 3650만주 가운데 기존 주주들의 청약이 2071만주(56.7%)에 그쳤다고 밝혔다.

전날엔 엑스씨이가 주주배정 유상증자 결과 주주들의 청약률이 50.7%에 머물렀다고 공시했다.

지난주 청약을 받은 인피트론은 실권율이 75.9%에 달해 이틀 뒤 이사회에서 나머지 물량을 재배정하기도 했다.

코스닥시장이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다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기업들의 성장성이 불투명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주주배정 유상증자 청약률은 시장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최근 증시가 횡보하며 주주들이 선뜻 청약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주주배정 증자의 경우 여유 자금이 없으면 갖고 있던 주식을 팔거나 대출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최근 증시나 경기 상황이 이에 여의치 않아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