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경제구조가 고유가에 취약해 대외 충격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허약한 구조라고 경고했다.

최근 설비투자 건설수주가 줄어드는 추세인 데다 높은 가계부채 수준이 부실로 이어질 경우 소비마저 둔화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사정을 반영해 OECD는 4일 펴낸 '2008년 상반기 경제전망(OECD Outlook)'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3%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가계부채 수준 '위험'


OECD는 한국의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을 특히 우려했다.

지난해 가계 부채 수준이 가처분 소득의 150%에 이르렀는데,1998년 외환위기 직후(85%)에 비해 거의 두 배 가까이 높아진 점을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이런 점을 반영해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3.2%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예상(4.3%) 때보다 1.1%포인트 낮춘 것이다.

임일섭 기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른 데다 향후 시장 금리마저 오를 경우 가계 소비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했다.

OECD는 다만 수출은 지난해 말 예상치(10.6%)보다 소폭 둔화되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총고정투자는 지난해 말보다 전망치를 하향 조정(4.4%→1.8%)했고 물가상승률 예상치는 2.8%에서 4%로 대폭 높여 잡았다.

만약 OECD의 예상대로 고유가로 인한 대외 충격이 비용 인상으로 작용해 물가는 뛰고 소비와 투자 등 내수는 침체로 빠져든다면 '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내 연구기관들도 속속 하향 조정


국내 민간 연구소들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내리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 5.1%에서 연 4.9%로 낮췄고 앞서 LG경제연구원(4.9%→4.6%)과 금융연구원(4.8%→4.5%)도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최근에 경제전망 수정치를 발표한 삼성경제연구소는 성장률 전망(4.7%)을 그대로 유지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둔화가 뚜렷해지면서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3%대(3.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 불안에 대한 경고도 심각해지고 있다.

KDI가 전망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에서 4.1%로 뛰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당초 3.0%이던 전망치를 4.1%로 끌어올렸고 현대연은 당초 2.8%이던 전망치를 3.8%로 높여잡았다.

이는 한국은행의 물가관리 목표상한선(3.5%)을 뛰어넘는 수치다.


◆선진국 경제 '안갯속'


OECD 회원국들의 사정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의 여파로 금융시장 불안과 주택경기 부진,고유가 및 높은 상품가격 등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OECD 국가들의 성장률 전망 역시 어두운 편이다.

OECD는 회원국 평균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말 2.3%로 내다봤으나 이번에 1.8%로 큰 폭으로 내렸다.

미국 부동산 시장이 추가 조정을 받으면서 경기 위축이 길어질 경우 성장률이 더 낮아질 수 있다고 했다.

차기현/주용석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