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중진들 사이에 이명박 정부의 국정 난맥상을 꼬집는 사자성어가 유행하고 있다.

여당의 중진이 드러내놓고 청와대를 비판하기가 껄끄러운 만큼 우회적으로 '쓴소리'를 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고사성어로 민심을 대변하거나 최고 권력자에게 한 수 '훈수'를 두는 셈이다.

한 중진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정국상황에 대해 '무위지치(無爲之治)'를 거론했다.

'아무것도 안 하는 듯 다스려야 한다'는 뜻으로,이명박 대통령의 신중한 처신을 주문한 것이다.

그는 "최고통치자는 앞에서 일일이 지적할 게 아니라 뒤에서 통 크게 '치세'를 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일일이 나서게 되면 국정 전체가 경직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서는 전형적인 '갈택이어(竭澤而魚)'라고 꼬집었다.

소위 '연못을 말려서 고기를 얻는다'는 말로, 눈앞의 이익을 좇다가 국민적 원성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당의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한번은 의원들이 모여 대통령에게 건의할 의제를 찾고 있는데,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구화지문(口禍之門ㆍ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라고들 하더라"고 말했다.

말을 줄이고 가려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준혁 기자 rainbow@j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