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당초 예상보다 대폭적인 쇄신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분위기다.

미국 쇠고기 수입파동에 이어 재·보선 참패로 심각한 민심이반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당장 한나라당은 고강도 쇄신의 조기단행을 요구하고 나섰고 청와대도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여당 고강도 쇄신 요구

한나라당은 5일 청와대가 전날 '조각이나 대폭 수준의 인적쇄신 방침은 잘못 알려진 것'이라며 일정 선을 긋고 나선 데 대해 "개각 등 인적쇄신은 가급적 상당 폭으로,시기는 빠를수록 바람직하다"고 청와대를 압박했다.

최경환 박순자 의원은 "쇠고기 문제,경제난 등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 "분노한 민심이 참으로 무섭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그동안 문제가 됐던 내각이나 청와대 인적교체,쇠고기 파동을 비롯 한반도 대운하 등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책에 대한 겸허한 반성을 포함해 폭넓은 개각을 단행해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친 이명박계 핵심인 정두언 의원은 "주말 대규모 시위를 기점으로 사태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어제 전화통화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몽준 최고위원도 "민심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했고 김학원 최고위원은 "대폭 개각이 불가피하다"고 촉구했다.

김영우 의원(경기 포천) 등 일부 소장파 의원들이 "대규모 인적쇄신이 오히려 현 정부에 쓴 약이 될 수 있다"고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도 감지된다.

이미 당 내에서는 '지금 인적쇄신을 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태다.

◆청와대 종합처방책 고심

청와대는 쇠고기 파문 수습을 위한 국정쇄신책을 오는 10일 이후에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이날 "이 대통령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쇄신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며 "재ㆍ보궐선거 결과뿐만 아니라 10일로 예정된 촛불 시위,정국 정상화 여부,이번 주말부터 시작되는 원로들과의 면담 결과 등을 고려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재ㆍ보선 참패가 아니더라도 지금이 큰 위기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단편적인 것이 아닌 국정 전반을 포괄하는 보다 큰 차원에서 쇄신책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민심 수습안을 내놓으려면 좀 더 세밀하고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말해 쇄신책 발표를 서둘러서 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다른 관계자는 "몇 명 자른다고 사태가 수습되고 상황이 해결되겠는가"라며 "또다시 '부족하다''정신 못차렸다'고 나오면 대책이 없다.

지금은 뭘 해도 먹히기 어려운 분위기 아닌가"라며 대폭 쇄신 쪽에 무게를 실었다.

이 대통령은 6일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을 비롯한 불교계 원로,7일 개신교 원로 목사,9일 정진석 추기경 등 종교계 지도자들과 잇달아 만나 쇄신책 마련을 위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홍영식/이준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