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고위공직자와 대화… "일자리 잃는 일 없을 것" 강조

"개발 시대나 지금이나 공무원이 항상 중심이다." "공무원은 개혁의 대상이 아닌 주체다."

이명박 대통령이 5일 고위 공직자 170여명을 청와대로 불러 가진 만찬 간담회에서 한 발언의 화두는 '공무원 기 살리기'였다.

국정 수습을 위해서는 민생의 최일선에 있는 공직자들부터 끌어안아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또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대책을 강조,경기 악화에 따른 민심 이반을 수습하기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공직자 일자리 잃는 일 없을 것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공직자들이 위축되거나 불안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으니,소신껏 자신의 직무에 임해 달라.일자리를 잃는 일은 없을 것이고,자리를 지켜 주겠다"는 말로 운을 뗐다.

이 대통령은 이어 "여러분들은 변화와 개혁의 대상이 아닌 주체이자 중심"이라며 "여러분들이 그 중심에 확고히 서서 어려울 때일수록 신념을 갖고 일해 달라"고 강조했다.

또 "어떤 좌절이나 도전에도 포기해선 안 된다"며 "나라를 살리는 데 최선을 다하자"고 제안했다.

새 정부 출범 초기 공무원을 향해 "서민이 어려울 때 어떤 심정으로 일하나" "위기나 위기가 아닐 때나 같은 자세다"는 등의 강한 질책성 발언을 쏟아 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발언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경제 위기와 어려운 정국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공직 사회를 안정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직 개편 등으로 인해 불안해하는 공무원들을 다독이며 용기를 북돋우려는 의도도 있다.

이 대통령은 인터넷으로 공무원들이 현장의 의견을 전하고 정책 건의를 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 달라는 제안에 대해 "대통령실 내에 인터넷 창구와,여론을 전문적으로 수렴하는 담당자를 두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저소득층 복지 지원 주력"

이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우면 가장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저소득층"이라며 "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복지 정책이 조금도 물러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정쇄신책의 일환으로 마련하고 있는 민생 대책에 고유가 및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서민 계층을 지원하는 내용을 중점적으로 담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촛불 시위와 관련,"뭔가 이유가 있어 하는 것이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게 있을 수 있다"고 말해 주목받았다.

촛불 시위자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그들의 주장에 귀를 열자는 뜻이라고 한 측근은 해석했다.

이 대통령은 쇠고기 파문을 수습하기 위한 정국쇄신 대책과 관련한 발언은 하지 않았다.

대신 "청계천과 서울 시청 앞 광장을 만들지 않았으면 촛불 시위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간담회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어 간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들은 저소득층 대책,청와대 내 여론 수렴 창구 마련 이외에도 전문 금융인력 양성 등 다양한 건의를 했으며 이 대통령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간담회를 마친 후 한 공직자는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반적으로 공무원을 격려하는 데 치중했다"고 전했다.

홍영식/김인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