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재보선 참패 … 민주 재기 발판 마련

쇠고기 협상이 불러온 '촛불민심'은 무서웠다.

4일 지방선거 재·보궐 선거(기초단체장 및 광역·기초의원)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궐 선거에 수도권의 표가 거의 전멸하다시피했다.

텃밭인 영남에서도 무소속에 밀렸다.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등 '범 한나라당 진영'이 180여석을 얻었던 4월 총선이 치러진 지 두 달 만에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된 것이다.

잘못된 미국 쇠고기 수입 협상에 따른 여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으로선 2005년 이후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패배한 적이 없었던 수도권에서 참패했다는 점이 뼈아프다.

서울에서는 광역,기초 의원 모두 민주당에 넘겨줬고 경기지역 광역의원 9곳 중 2곳만 가져오는 데 그쳤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승리와 한나라당의 총선 과반 달성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수도권 지지 기반이 무너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영남에서의 '공천=당선' 공식이 깨진 것도 적지않은 부담이다.

그것도 투표율이 23.2%로 역대 선거 중 두 번째로 낮았다는 점에서 충격은 더 크다.

이에 따라 향후 여권의 국정 운영에 적잖은 정치적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되며,이 대통령이 검토 중인 국정 쇄신책과 청와대ㆍ내각 개편 구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특히 한나라당 내에서는 이번 재보선 참패를 계기로 내각과 청와대 전면 개편을 포함한 대대적 쇄신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윤선 대변인은 선거 직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재보선에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고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받들지 못했다"고 패배를 시인했다.

반면 대선과 총선 연패의 늪에 빠져 있던 민주당은 재보선 승리를 계기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그 여세를 몰아 대여공세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손학규 대표는 "우리당 소속 지자체장,시도의원에게 일할 기회를 주신 국민에게 감사한다.

우리가 국민들로부터 과분한 기대를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며 "(선거 결과는) 국민 건강을 외면하고 서민의 생활을 외면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따끔한 질책"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원 고성군수 보궐선거에선 전자개표 결과 무소속의 윤승근 후보와 황종국 후보가 모두 4597표의 동수를 얻는 이변이 발생해 재검표에 들어갔다. 결국 황 후보가 한 표 차이로 당선되는 '행운'을 얻었다.

디지털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