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국의 선진화 방안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 중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브레인 역할을 한 박세일 서울대 교수 등 안민정책포럼 소속 학자 15명의 '공동체 자유주의론'이 눈길을 끕니다.

이 이론은 글자 그대로 공동체주의와 자유주의를 결합한 것이지요.

이들은 최근 펴낸 ≪공동체 자유주의-이념과 정책≫(나남)을 통해 동양적인 공동체주의와 서양적인 개인주의를 조합해 21세기 한국의 선진화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성장과 효율성,경쟁력을 앞세우는 자유주의의 기반 위에서 불평등과 소외계층 문제를 우리 전통의 공동체주의로 보완하자는 겁니다.

자유주의나 사회주의라는 양극단,사회주의에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가미하려는 '제3의 길'과도 다른 개념이군요.

박세일 교수에 따르면 집단주의하고도 구별됩니다.

"집단주의는 집단의 가치를 앞세워 개인의 가치와 대립하지만 공동체주의는 개인의 가치를 기본으로 합니다.

그러면서도 개인의 가치를 절대화하지 않는 공동체주의를 추구하는 거죠."

이들은 '공동체 자유주의'가 경제정책과 노사관계,법치문제 등 사회적 이슈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라고 말합니다.

나성린 한양대 교수는 경제정책과 관련해 "분배 없는 성장은 가능해도 성장 없는 분배는 불가능하다"면서 "성장과 분배는 둘 다 중요하지만 중진국 단계에 있는 우리로서는 성장을 상대적으로 더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김승욱 중앙대 교수도 종신경영을 포기한 일본 방식과 노사관계를 유연하게 정립한 미국방식을 결합시켜 새로운 노사관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를 통해 '제5의 권력'으로 불리는 강성 노조의 극단적 투쟁과 정파 이기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들의 설명대로 '공동체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최고로 여겨 공동체를 무시하는 구 우파의 시각과 이상적 질서를 위해 개인의 존엄성과 가치를 외면하는 구 좌파의 시각을 뛰어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를 '권위와 강제 대신 대화와 설득이라는 민주주의적 방식을 통해 달성하자'는 방법론까지 담겨 있습니다.

학계와 시민운동,정계를 두루 섭렵한 박세일 교수가 2006년 ≪대한민국 선진화 전략≫(21세기북스)에서부터 공식화한 이론이라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통합적 자유주의' '창조적 실용주의'와 어떻게 승수효과를 낼지 더욱 주목됩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