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요리사 롤란드 한니 "푸아그라 보다 두부전골이 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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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사이의 쇠고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묶는 데는 향긋하면서도 줄기가 튼튼한 미나리가 제격이죠."
벽안의 요리사가 신중하게 두부와 고기를 묶어 올려놓으며 대뜸 "두부전골이 궁중음식인 걸 알고 있나요?"라고 묻는다.
당황한 기자에게 웃으며 설명해준다.
"두부전골은 정말 훌륭한 요리입니다. 특히 서양사람들에게 치즈와 같은 느낌을 주는 두부는 담백하고 영양도 풍부하죠."
한식에 빠진 이 서양 요리사는 바로 롤란드 힌니 부산정보대 호텔조리학과 교수(54).
스위스 출신이면서 프랑스와 이탈리아 요리 달인이자 소문난 '한식 마니아'인 그를 6일 서울 인사동의 한식집 민가다헌에서 만났다.
그는 민가다헌의 메뉴 개발 자문을 맡고 있다.
# 너비아니·새싹비빔밥 …한국음식은 내 운명
16세 때부터 에스카르고(달팽이 요리),푸아그라(거위 간 요리),파스타 같은 서양 요리를 만들어온 힌니 교수의 한국요리 사랑은 남다르다.
1980년 조선호텔 레스토랑 주방장으로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그는 바로 한식에 매료됐다.
신라호텔,리츠칼튼 서울 등의 총주방장을 거쳐 2000년 이집트 리츠칼튼 카이로의 총주방장 시절에도 현지에서 어렵사리 재료를 구해 두부 김치 젓갈 등을 만들어 먹고 후배 요리사들에게 직접 요리법을 가르치기도 했다.
"한국과 스위스는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 등 닮은 점이 많아서 처음부터 친근감을 가졌습니다.
양배추를 소금에 절여 땅에 묻는 '샤워크라우트'는 한국의 김치와 같은 저장음식이죠."
힌니 교수는 지난해 말 궁중음식연구원(원장 한복려)에서 궁중요리법을 배웠다.
송이버섯,다금바리,대게 등 최상의 식재료로 만든 최고의 음식을 알고 싶어서 스스로 궁중음식연구원을 찾아갔다.
"프랑스 음식은 손이 많이 가고 섬세해 자르는 것 하나까지 신경써야 합니다.
한국 궁중음식도 프랑스만큼 손이 많이 가고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신선로를 만들 때 재료를 정확하게 썰지 않아 한복려 원장님께 혼나기도 했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 한끼는 한국 음식을 챙겨먹는다는 힌니 교수.그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두부전골과 함께 너비아니,새싹비빔밥,전복을 곁들인 쇠꼬리찜."청포묵과 다양한 야채가 들어간 탕평채는 화려한 색상만큼 영양소도 풍부하죠.도미면은 재료 하나 하나가 요리 하나를 만드는 것 만큼 정성이 들어가는 고급음식입니다.
궁중에서 먹는 불고기로 유명한 너비아니와 진한 양념이 매력적인 쇠꼬리찜은 부드러운 고기 맛을 느낄 수 있는 훌륭한 요리입니다.
특히 도미면과 탕평채는 서양사람들이 매우 좋아할 음식이에요."
# 한국음식 세계에 알리고 싶어
힌니 교수는 불고기,비빔밥밖에 모르는 서양인들에게 한국음식을 알리는 전도사로 나설 계획이다.
휴일도 없이 바쁜 호텔 총주방장을 그만 두고 지난해 시간 여유가 있는 대학 교수로 옮긴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는 서양인을 겨냥한 메뉴로 간장 고추장 등 강한 양념을 줄이고,궁중요리처럼 뛰어난 요리가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주 배,봉하 송이,평창 무지개송어,횡성 한우 등 지방 특산물의 브랜드화도 이뤄져야 합니다.
일본의 와규(화우)처럼 이름 그대로 세계인들의 머리에 각인시켜야 하죠.그래서 저는 항상 음식자문을 할 때 지역 이름을 넣습니다."
요즘 힌니 교수는 지방 음식축제를 둘러보는 데도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
주로 자문위원으로 초청받아 가는데 새로운 식자재도 살펴보고,서양인 입맛에 맞는 한국요리를 만들어 소개하기도 한다.
2006년 순창고추장 축제에서 배추와 구운 잣,실파에 소금,후추,고추장,마요네즈 등으로 만든 고추장 드레싱을 뿌린 '아시안 슬로우'를 선보였다.
이 요리는 현재 민가다헌의 메뉴에 포함돼 있다.
지난해 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동계올림픽 실사단이 평창을 방문했을 때 메뉴 자문을 맡기도 했다.
그는 당시 만찬 때 송어에 파슬리,케이퍼,레몬즙 등을 넣고 팬에 구운 '평창 무지개송어 그레노블'과 '복분자 셔벗'을 내놓았다.
# 한식과 와인은 '찰떡궁합'
동동주를 즐기는 애주가이자 와인 마니아인 힌니 교수는 한식이 와인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을 버리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한식과 와인의 찰떡궁합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한국 음식에는 와인이 잘 어울립니다.
다만 음식과 잘 매칭시켜야 하죠.배가 들어간 육회는 쇼비뇽 블랑으로 만든 '샤토 보네 화이트'가,두부전골은 '루이 라투르 피노누아'가 좋습니다.
낚지볶음과 같은 매운 음식에는 아예 매운 와인으로 이열치열이거나 달콤한 와인으로 극과 극으로 어울려야죠.'아라베스큐'를 추천합니다.
청포도 품종인 게브르츠 트라미너와 무스카탈이 들어가 입안이 알싸한 느낌이 들면서도 달아요…."
글=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사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벽안의 요리사가 신중하게 두부와 고기를 묶어 올려놓으며 대뜸 "두부전골이 궁중음식인 걸 알고 있나요?"라고 묻는다.
당황한 기자에게 웃으며 설명해준다.
"두부전골은 정말 훌륭한 요리입니다. 특히 서양사람들에게 치즈와 같은 느낌을 주는 두부는 담백하고 영양도 풍부하죠."
한식에 빠진 이 서양 요리사는 바로 롤란드 힌니 부산정보대 호텔조리학과 교수(54).
스위스 출신이면서 프랑스와 이탈리아 요리 달인이자 소문난 '한식 마니아'인 그를 6일 서울 인사동의 한식집 민가다헌에서 만났다.
그는 민가다헌의 메뉴 개발 자문을 맡고 있다.
# 너비아니·새싹비빔밥 …한국음식은 내 운명
16세 때부터 에스카르고(달팽이 요리),푸아그라(거위 간 요리),파스타 같은 서양 요리를 만들어온 힌니 교수의 한국요리 사랑은 남다르다.
1980년 조선호텔 레스토랑 주방장으로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그는 바로 한식에 매료됐다.
신라호텔,리츠칼튼 서울 등의 총주방장을 거쳐 2000년 이집트 리츠칼튼 카이로의 총주방장 시절에도 현지에서 어렵사리 재료를 구해 두부 김치 젓갈 등을 만들어 먹고 후배 요리사들에게 직접 요리법을 가르치기도 했다.
"한국과 스위스는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 등 닮은 점이 많아서 처음부터 친근감을 가졌습니다.
양배추를 소금에 절여 땅에 묻는 '샤워크라우트'는 한국의 김치와 같은 저장음식이죠."
힌니 교수는 지난해 말 궁중음식연구원(원장 한복려)에서 궁중요리법을 배웠다.
송이버섯,다금바리,대게 등 최상의 식재료로 만든 최고의 음식을 알고 싶어서 스스로 궁중음식연구원을 찾아갔다.
"프랑스 음식은 손이 많이 가고 섬세해 자르는 것 하나까지 신경써야 합니다.
한국 궁중음식도 프랑스만큼 손이 많이 가고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신선로를 만들 때 재료를 정확하게 썰지 않아 한복려 원장님께 혼나기도 했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 한끼는 한국 음식을 챙겨먹는다는 힌니 교수.그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두부전골과 함께 너비아니,새싹비빔밥,전복을 곁들인 쇠꼬리찜."청포묵과 다양한 야채가 들어간 탕평채는 화려한 색상만큼 영양소도 풍부하죠.도미면은 재료 하나 하나가 요리 하나를 만드는 것 만큼 정성이 들어가는 고급음식입니다.
궁중에서 먹는 불고기로 유명한 너비아니와 진한 양념이 매력적인 쇠꼬리찜은 부드러운 고기 맛을 느낄 수 있는 훌륭한 요리입니다.
특히 도미면과 탕평채는 서양사람들이 매우 좋아할 음식이에요."
# 한국음식 세계에 알리고 싶어
힌니 교수는 불고기,비빔밥밖에 모르는 서양인들에게 한국음식을 알리는 전도사로 나설 계획이다.
휴일도 없이 바쁜 호텔 총주방장을 그만 두고 지난해 시간 여유가 있는 대학 교수로 옮긴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는 서양인을 겨냥한 메뉴로 간장 고추장 등 강한 양념을 줄이고,궁중요리처럼 뛰어난 요리가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주 배,봉하 송이,평창 무지개송어,횡성 한우 등 지방 특산물의 브랜드화도 이뤄져야 합니다.
일본의 와규(화우)처럼 이름 그대로 세계인들의 머리에 각인시켜야 하죠.그래서 저는 항상 음식자문을 할 때 지역 이름을 넣습니다."
요즘 힌니 교수는 지방 음식축제를 둘러보는 데도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
주로 자문위원으로 초청받아 가는데 새로운 식자재도 살펴보고,서양인 입맛에 맞는 한국요리를 만들어 소개하기도 한다.
2006년 순창고추장 축제에서 배추와 구운 잣,실파에 소금,후추,고추장,마요네즈 등으로 만든 고추장 드레싱을 뿌린 '아시안 슬로우'를 선보였다.
이 요리는 현재 민가다헌의 메뉴에 포함돼 있다.
지난해 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동계올림픽 실사단이 평창을 방문했을 때 메뉴 자문을 맡기도 했다.
그는 당시 만찬 때 송어에 파슬리,케이퍼,레몬즙 등을 넣고 팬에 구운 '평창 무지개송어 그레노블'과 '복분자 셔벗'을 내놓았다.
# 한식과 와인은 '찰떡궁합'
동동주를 즐기는 애주가이자 와인 마니아인 힌니 교수는 한식이 와인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을 버리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한식과 와인의 찰떡궁합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한국 음식에는 와인이 잘 어울립니다.
다만 음식과 잘 매칭시켜야 하죠.배가 들어간 육회는 쇼비뇽 블랑으로 만든 '샤토 보네 화이트'가,두부전골은 '루이 라투르 피노누아'가 좋습니다.
낚지볶음과 같은 매운 음식에는 아예 매운 와인으로 이열치열이거나 달콤한 와인으로 극과 극으로 어울려야죠.'아라베스큐'를 추천합니다.
청포도 품종인 게브르츠 트라미너와 무스카탈이 들어가 입안이 알싸한 느낌이 들면서도 달아요…."
글=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사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