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펀드 '머니 무브' 와 맨유 '퍼거슨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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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금시장에서 '머니 무브(money move)'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종전의 표현대로라면 자금의 이동 현상을 의미한다.
자금이탈이 가장 많은 곳은 물가상승으로 인해 이자를 받아봐야 남는 게 없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시중은행의 예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간 요구불 예금은 6009억원이 줄었다.
저축성 예금 증가폭도 4월에 비해 무려 42%나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예금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기예금 금리가 연 5.5%인 경우 이자소득세 15.4%를 공제하면 실제 금리는 4.65%가 된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4.9%를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로 시중은행 예금에 돈을 맡기면 구매력 기준으로 은행은 이익을 보고 그만큼 고객은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채권시장에서도 자금이탈이 빨라지고 있다.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 우려로 시중금리가 올라갈 경우 역비례 관계에 있는 채권 가격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단기 채권 시장에서 자금이탈이 빨라지는 점은 경기와 관련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고장저'의 수익률 곡선은 경기둔화를 의미한다.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 경기 과열에 따른 수요 측 인플레이션은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을 유인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유가 등에 따른 공급 측 인플레이션이다.
지금처럼 경제주체들의 현금흐름이 악화된 상황에서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자 부담이 증가하면 부채가 많은 하위계층의 경우 곧바로 부동산 시장에서 자금을 빼낸다.
각 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은 안정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과정에서 단기 부동화된다.
대표적인 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5월 한 달간 무려 10조원이 몰렸다.
시중에서 퇴장하는 자금(hoarding money)도 빠르게 늘고 있다.
5월 이후 가정용 금고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
최근처럼 시중자금이 부동화되면 물꼬는 증시에서 터진다.
반드시 증시 투자자금이라고 볼 수 없지만 이미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5월에 9320억원이나 늘었다.
역사적으로도 오일 쇼크 이후 주가는 한 단계 뛰었다.
1차 오일 쇼크 이후 국내 건설주 파동,2차 오일 쇼크 이후 다우지수가 1000포인트대에서 10,000포인트대로 급등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문제는 증시로 물꼬를 트는 초기 단계에선 주가가 상승하더라도 상하 변동폭이 크고 기업 혹은 업종 간 차별화가 심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투자자도 어디에 투자할지 모르고 주가도 변동성이 심해진다면 증시에서도 단순한 투자보다는 이른바 '퍼거슨 효과(Ferguson Effect)'가 기대되는 펀드시장에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
최근 뉴욕 월가에서 거론되기 시작한 퍼거슨 효과란 세계 각처에서 몰려오는 선수(시중 부동자금)들을 기본(투자원칙)과 능력(기업성과)에 입각한 철저한 경쟁(운용)을 붙여 최다의 우승(높은 수익률)을 일궈낸 영국 명문축구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 빗대어 만들어진 신조어다.
다만 각 증권사별로 방황하는 시중 부동자금을 잡아 높은 수익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유능한 펀드매니저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비단 퍼거슨 감독이 필요한 곳은 주식시장만이 아니다.
쇠고기 협상과 대운하 추진 등으로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킨 우리 경제를 원만하게 풀어가기 위해선 현 정부는 이번 인적 쇄신에서 논공행상보다는 퍼거슨 감독과 같은 명장을 임명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종전의 표현대로라면 자금의 이동 현상을 의미한다.
자금이탈이 가장 많은 곳은 물가상승으로 인해 이자를 받아봐야 남는 게 없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시중은행의 예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간 요구불 예금은 6009억원이 줄었다.
저축성 예금 증가폭도 4월에 비해 무려 42%나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예금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기예금 금리가 연 5.5%인 경우 이자소득세 15.4%를 공제하면 실제 금리는 4.65%가 된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4.9%를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로 시중은행 예금에 돈을 맡기면 구매력 기준으로 은행은 이익을 보고 그만큼 고객은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채권시장에서도 자금이탈이 빨라지고 있다.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 우려로 시중금리가 올라갈 경우 역비례 관계에 있는 채권 가격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단기 채권 시장에서 자금이탈이 빨라지는 점은 경기와 관련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고장저'의 수익률 곡선은 경기둔화를 의미한다.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 경기 과열에 따른 수요 측 인플레이션은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을 유인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유가 등에 따른 공급 측 인플레이션이다.
지금처럼 경제주체들의 현금흐름이 악화된 상황에서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자 부담이 증가하면 부채가 많은 하위계층의 경우 곧바로 부동산 시장에서 자금을 빼낸다.
각 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은 안정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과정에서 단기 부동화된다.
대표적인 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5월 한 달간 무려 10조원이 몰렸다.
시중에서 퇴장하는 자금(hoarding money)도 빠르게 늘고 있다.
5월 이후 가정용 금고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
최근처럼 시중자금이 부동화되면 물꼬는 증시에서 터진다.
반드시 증시 투자자금이라고 볼 수 없지만 이미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5월에 9320억원이나 늘었다.
역사적으로도 오일 쇼크 이후 주가는 한 단계 뛰었다.
1차 오일 쇼크 이후 국내 건설주 파동,2차 오일 쇼크 이후 다우지수가 1000포인트대에서 10,000포인트대로 급등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문제는 증시로 물꼬를 트는 초기 단계에선 주가가 상승하더라도 상하 변동폭이 크고 기업 혹은 업종 간 차별화가 심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투자자도 어디에 투자할지 모르고 주가도 변동성이 심해진다면 증시에서도 단순한 투자보다는 이른바 '퍼거슨 효과(Ferguson Effect)'가 기대되는 펀드시장에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
최근 뉴욕 월가에서 거론되기 시작한 퍼거슨 효과란 세계 각처에서 몰려오는 선수(시중 부동자금)들을 기본(투자원칙)과 능력(기업성과)에 입각한 철저한 경쟁(운용)을 붙여 최다의 우승(높은 수익률)을 일궈낸 영국 명문축구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 빗대어 만들어진 신조어다.
다만 각 증권사별로 방황하는 시중 부동자금을 잡아 높은 수익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유능한 펀드매니저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비단 퍼거슨 감독이 필요한 곳은 주식시장만이 아니다.
쇠고기 협상과 대운하 추진 등으로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킨 우리 경제를 원만하게 풀어가기 위해선 현 정부는 이번 인적 쇄신에서 논공행상보다는 퍼거슨 감독과 같은 명장을 임명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