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닭이 싸다

세 마리에 만원이다

치킨집에선 마리당 만원이 넘을 것들이다

길바닥에 내쫓긴 죄로 헐값이겠지

머리가 없으니 치욕이 없겠지

그냥 전화했다 거긴 비 오냐? 오늘 이삿짐센터 아르바이트했다 사다리차로 짐 올리다 텔레비전이 떨어져 와작,한 거야 일당? 조지나 비 쫄딱 맞아가며 칠만원 벌자고 뺑이쳤는데 더 물어주게 생겼다 서울살이 신물난다 이철이도 아직 백수고 사기당한 승욱이는 배를 타겠다 그러고 흥주야…우리도 시골 가서 살면 안 될까? 어차피 맨땅에 헤딩하는 거 흙바닥은 좀 덜 아프지 않겠냐 요즘엔 너 사는 강가에서 끓여먹었던 닭죽이 왜 이렇게 먹고 싶냐(…)

-김진완 '통닭' 부분

도로변 드럼통 안에서 익어가는 통닭과 강가 무쇠솥에서 끓는 닭죽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일당 칠만원에 이삿짐센터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텔레비전을 와작 깨어먹고 몇 배 물어주게 생겼다.

길거리로 내밀려 제값을 못 받는 통닭을 닮은 인생.꿈을 안고 시작했던 서울살이에 몸 축나고 빚과 치욕만 남았다.

주변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안타깝지만 누구나 성공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제라도 닭죽의 추억이 흥건한 강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어차피 맨땅에 헤딩이라면 흙바닥이 덜 아플테니까.

삶은 결국 허무와 쓸쓸함 사이에서 바람처럼 흔들리는 것이니까.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