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손을 잡고 바다식물인 우뭇가사리를 이용한 펄프 및 바이오에탄올 제조사업에 뛰어든다.

해조류 펄프제조 원천기술 보유회사인 페가서스인터내셔널(대표 유학철)은 최근 삼성물산과 SK네트웍스로부터 각각 15억원 및 20억원의 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이달 말부터 펄프제조 공장 설립 등 해조류 자원화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고 8일 밝혔다.

삼성물산과 SK네트웍스의 투자 지분율은 각각 9.09%와 12.01%로 국내 대기업이 천연펄프 및 바이오에탄올 제조 중소업체에 지분을 투자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페가서스인터내셔널은 2005년 세계 최초로 홍조류(우뭇가사리,김,해인초 등)를 이용한 천연펄프 생산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취득한 뒤 현재까지 7건의 관련 특허(국제특허 포함)를 확보한 해조류 자원화 전문업체다.

최근엔 충남대와 함께 우뭇가사리 펄프제조 부산물인 우무로 순도 95%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기도 했다.

유학철 대표는 "대기업 실무자가 6개월간 회사에 상주하며 기술력과 사업성을 검증한 끝에 투자가 이뤄진 만큼 양산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며 "현재 경남 진해에 추진 중인 1만8500㎡ 크기의 펄프 제조공장 부지가 확보되는 대로 펄프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이를 위해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현지 인력 고용을 전제로 2만5000㏊ 규모의 우뭇가사리 양식장 무상 사용권을 제공받았으며,이곳에서 연간 최대 165만t가량의 우뭇가사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르면 내년부터 연간 최대 500t의 고급펄프를 생산한 후 국내외 제지업체에 공급, 첫해 50억원의 매출을 올린 뒤 생산규모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페가서스가 개발한 우뭇가사리 펄프는 원료 자체가 부드럽고 섬유질이 미세해 연질화(원료를 끓여 죽처럼 만드는 공정) 및 표백공정 시간이 딱딱한 나무칩을 쓰는 기존 펄프공정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회사 측은 "원료가격(t당 73달러)도 목재펄프(150~180달러)의 50% 미만이어서 종합적으로 계산하면 같은 양의 펄프를 30% 이상 싸게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표백,충전제 등 화학약품이 거의 들지 않아 인체에 무해하고 펄프질도 목재펄프보다 2~3배가량 우수하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유 대표는 "펄프 생산만으로도 이미 경제성을 확보했기 때문에 부산물로 만드는 바이오에탄올은 100% 가외수익"이라며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간 해양식물 자원화 경쟁에서 한층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